명품 선물에 월세까지 대신 내줘 檢, 의사 923명에 금품제공 혐의… 법인-영업본부장 등 재판에 넘겨 300만원 이상 받은 의사 155명 기소
국내 최장수(117년) 제약사이자 ‘부채표’ 브랜드로 유명한 동화약품이 사상 최대 규모인 50억 원 상당의 의약품 리베이트를 의사들에게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단장 이성희 형사2부장)은 전국 923개 병의원 의사 923명에게 자사 의약품 처방 대가로 현금 등 금품을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동화약품 법인과 영업본부장 이모 씨(49), 동화약품의 의뢰를 받아 리베이트 제공 업무를 대행한 영업대행업자 2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가운데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155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해외로 출국한 3명은 기소 중지했다. 또한 기소된 동화약품과 의사를 포함해 300만 원 미만 리베이트를 받은 나머지 의사 모두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판매업무정지와 면허정지 등 행정 처분을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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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가 건네진 기간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대상 약품은 의사만 처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ETC)이다. 동화약품은 영업대행사에 금품을 건넬 의사 명단과 금액을 넘겼고, 대행사는 의약품 효능 설문조사 명목으로 의사들에게 돈을 건넸다. 검찰은 “동화약품은 대행사가 알아서 불법 리베이트를 줬다고 발뺌하고자 이들을 고용했다”고 밝혔다. 또 동화약품 영업사원들은 식대 등을 대신 내주거나 상품권을 제공했으며 일정 규모 이상 의약품을 처방해준 의사들에게 명품 지갑을 선물했다. 경기 평택시의 한 의사에게는 월세 400만 원을 대납해줬다. 일부 영업사원은 고가 골프채나 TV 선물을 제안하기도 했다. 검찰은 동화약품의 전문의약품 매출이 연간 800억∼900억 원 수준으로 리베이트 비용이 들어가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동화약품은 1897년 문을 연 국내 최장수 제약사로 소화제 ‘까스활명수’, 상처 치료용 연고 ‘후시딘’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