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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진 신임 방사청장 “국가안보 갉아먹는 방산비리… 전문성 강화해 뿌리 뽑을 것”

입력 | 2014-12-08 03:00:00


장명진 신임 방위사업청장이 7일 인터뷰에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36년간 민관군 관계자들과 무기 개발 사업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과감하게 방산비리를 척결하겠다”고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통영함 비리를 계기로 적폐는 척결하되 안보와 경제에 기여한 방위산업의 성과는 계속 발전시키겠습니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7일 동아일보와 취임 후 첫 인터뷰를 갖고 “내년에 개청 10년을 맞는 방사청이 청렴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자주국방과 방산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 동기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산비리에 대한 우려와 질타가 여전히 많다.

“어깨가 무겁다. 비리 논란과 무기 성능 부실에 대한 국민과 대통령의 염려를 잘 알고 있다. 특히 시험성적서 위·변조 비리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우수한 무기를 투명한 절차를 거쳐 군에 제공하는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

―취임 때 과감한 방산비리 척결을 강조했는데….

“방산비리는 국가안보를 갉아먹는 큰 ‘적폐’다. 곪아터진 부위는 싹 도려내고, 새살이 돋아나도록 해야 한다. 비리 근절을 위한 근본 대책을 추진하는 데 한 치도 주저하지 않겠다.”

―군 출신이나 관료가 아닌 순수 연구개발 전문가가 청장에 기용된 것은 처음인데….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36년간 민관군 관계자들과 함께 대형무기개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조직 관리와 인적 운용 등에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이를 토대로 최근의 불미스러운 사태를 추스르겠다.”

―어떤 방안을 중점 추진할 것인가.

“방사청 내부 조직과 인력 운용은 물론이고 정책과 제도 등 업무 전반에서 비리의 소지를 근절하는 데 주력하겠다. 전문성 부재는 방산비리의 토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과 비용’보다는 ‘전문기술력’에 바탕을 둔 무기의 연구개발 및 전력화를 추진하겠다. 방위사업의 투명성 제고와 성능 품질 향상을 위해선 전문성 강화가 필수적이다.”

―방사청 내 공무원 정원 확대 등 인사개혁 요구도 많은데….


“군인과 공무원이 주도해 온 무기 개발 및 도입사업 과정에 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늘려 독단적이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하겠다. 현역은 무기사업의 전문성이 높지만 선후배 관계로 인사청탁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 관련 부처와 협의해 공무원 비율을 늘리고 특정 군이 한 사업팀에 몰리지 않도록 골고루 배치하겠다. 예비역의 불법 취업에 연루된 업체에 대한 제재도 추진하겠다.”

―국산 K계열 무기의 성능 결함 논란을 어떻게 보나.

“무기 개발 과정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이를 극복하면서 기술력이 축적되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도 그런 과정을 거쳐 방산선진국이 됐다. K-11 복합소총과 K-21 보병전투차량, 신형전투복은 지난달 공개시연회에서 성능 논란이 해소됐다. 무기개발 과정을 국민과 공유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하겠다.”

―비리 논란으로 방산업계의 사기 저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부 업체의 비리로 대부분의 정직한 업체들까지 오해를 받아 안타깝다. 이들에겐 타당한 대금을 지불하고, 제 성능을 갖춘 물자를 군에 공급하도록 비용평가 하한선을 개선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하겠다. 핵심 부품 국산화 기술 개발 지원 및 수출 지원 정책도 더 장려해 방위산업이 창조경제의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

―박 대통령과 대학시절을 함께 보냈는데….

“당시 박 대통령을 포함한 동기들과 실험도 같이 하고, 장래 문제도 토론하는 등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박 대통령은 절제와 자제, 검소함이 몸에 밴 학생이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친(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자공업의 중요성과 발전 방안 등을 토론했다는 얘길 자주 했다. 그것이 여성으로서 당시로선 첨단학문을 택한 배경이 된 것 같다.”

―국내 방산역사를 평가하고 전망해 달라.


“소총도 만들지 못하던 나라가 40여 년 만에 세계적 수준의 항공기와 잠수함, 자주포를 생산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지금은 경제성만 있다면 모든 무기를 독자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첨단무기체계의 개발과 세계시장 진출 확대 등 향후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