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 주목할 만한 2014 캐럴 앨범
《 전 세계가 12월만 되면 왬!의 ‘라스트 크리스마스’(1984년)를 30년째,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스 유’(1994년)를 20년째 틀었다. 조지 마이클과 머라이어 캐리의 목소리가 이제 아주 신물이 난다면 새로운 캐럴, 새로 나온 캐럴을 골라 들을 때다. 》
미국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의 캐럴은 아이돌 음악처럼 상큼하되 사람 목소리로만 돼 있어 자극이 덜하고 담백해 파티에 어울린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독일의 여성 재즈 가수 리사 발란트가 요즘 낸 ‘홈 포 크리스마스’는 좀더 따뜻하다. 세계에서 크리스마스용품 가게가 가장 많은 나라에서 날아온 이 앨범에 실린 ‘리버’(조니 미첼)를 멘젤의 것과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온다. 안락한 음색의 기타와 피아노가 중심이 된 재즈 연주와 스캣(즉흥 가창)은 익숙한 캐럴을 적당히 낯설게 하되 너무 어렵지 않다. 벤 하퍼의 ‘웨이팅 온 언 에인절’, 토리 에이모스의 ‘윈터’ 같은 팝을 캐럴의 새 고전으로 재해석한 것도 눈에 띄지만, ‘슈틸, 슈틸, 슈틸’ 같은 독일어권 전통 캐럴을 여럿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맨 위쪽부터 이디나 멘젤의 ‘홀리데이 위시즈’, 리사 발란트의 ‘홈 포 크리스마스’, 바버렛츠의 ‘훈훈 크리스마스’. 워너뮤직코리아·굿인터내셔널·에그플랜트 제공
정교한 화성으로 승부하는 한국의 ‘인디 걸그룹’ 바버렛츠가 낸 미니앨범 ‘훈훈 크리스마스’도 틀어 볼 만하다. ‘징글벨’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재해석, 자작곡 ‘훈훈 크리스마스’ ‘겨울나기’의 분위기가 만만찮다. 20일 오후 5시 서울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공연도 연다.
혹여 심기가 뒤틀려 성탄절에 저주라도 퍼붓고 싶다면 인디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태춘이 낸 미니앨범 ‘산타는 너의 유리창을 두드리지 않을 거야’를 사운드트랙 삼는 게 좋다. 나른한 랩 스틸 기타 위로 컨트리와 블루스를 섞은 비아냥대는 음색과 창법으로 ‘하얀 눈이 니 모든 죄를 덮어줄 거같이 얘기하네’(‘성탄절’) ‘시베리아 숲에서 태어난 너는 사냥을 나온 산타에게 붙잡혀’(‘사슴루돌프’)를 노래하는 김태춘은 성탄의 반역자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