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이우환 작품 등 총 2523점 기증 전문가 “미술품 가격 최소 500억”… “기증미술품 전용관 개설” 주장도
광주시립미술관이 지난달 27일부터 하정웅 명예관장의 메세나 정신을 기리고 젊은 작가 발굴 육성을 위한 제14회 하정웅 청년작가초대전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하 관장은 재일교포 2세로 그의 아버지는 전남 영암 출신의 징용 노동자였다. 그는 젊은 시절 가난 때문에 화가의 꿈을 접어야 했다. 1964년 가전제품 대리점을 하던 중 도쿄 올림픽으로 TV 판매량이 늘어 큰돈을 벌었다. 그는 이후 건강이 악화되자 도쿄 인근 시골에 많은 땅을 구입해 농사를 지었는데 이 땅이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더 많은 돈을 벌었다.
하 관장은 20대 때부터 자신이 이루지 못한 화가의 꿈을 떠올리며 예술가들을 지원했다. 그는 1980년 일본 미술잡지에 실린 이우환 씨 그림에 감동받아 잡지를 대량 구입해 주변에 나눠줬다. 이 씨와는 일면식도 없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하 관장은 1980년 초반 이 씨가 유럽에서 전시하는 데 7000만 원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지원했다. 지원의 대가로 이 씨의 그림 14점을 받았다. 하 관장은 이렇게 평생 미술품을 모았고 광주와 영암을 비롯한 전북 부산 포항 대전 국립고궁박물관 등에 작품 1만여 점을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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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미술관 3층에는 330여 m²(약 100평) 규모의 하정웅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규모가 작아 연간 전체 기증 미술품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200여 점만 전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터에 내년 7월 임시 개관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미술관 기능이 없는 만큼 그 주변에 미술관이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술관이 건립돼 하 관장이 기증한 미술품이 전시되면 문화전당과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한 관계자는 “하 관장이 기증한 이우환 화백 작품 등을 보려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전시 공간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며 “문화전당 주변에 전시공간이 마련된다면 좋은 문화관광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