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중국 드라마 ‘후궁견환전’
‘후궁견환전’의 주인공 견환. 권력을 잡기 전이라 의상과 머리 모양이 수수하다. 중국 베이징TV 화면 촬영
2011년 방송된 ‘후궁견환전(後宮甄(현,경)傳)’은 국내 중드 팬들이 손꼽는 수작이다. 청나라 옹정제 시대에 후궁이 된 견환(쑨리)이 입궁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한국에서는 ‘옹정황제의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적이 있고 일본에도 진출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6부작으로 줄인 편집본 방영이 추진되기도 했다.
옹정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견환의 이야기 자체는 허구다. 하지만 당대 궁중생활을 철저히 고증해 사실성을 높였다. 특히 그 인물의 신분과 성격을 드러내는 수단인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는 눈이 휙휙 돌아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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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하고 지혜롭지만 순수했던 견환이 암투의 한가운데 놓이면서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백미다. 견환의 신분과 심리 상태에 따라 의상과 머리 모양, 화장이 변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입궁 직후 권력다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황제를 피하던 견환은 눈 쌓인 홍매화 정원에서 처음 황제와 우연히 마주친다. 이후 봄이 온 황궁의 살구꽃 정원에서 피리를 불고 시상을 나누며 결국 황제의 총애를 사게 된다. 한번 얻은 황제의 총애를 잃으면 곧 목숨을 잃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견환은 자신을 해치려는 상대를 차곡차곡 정리해 나간다. 견환과 맞섰다 목숨을 잃거나 폐위된 비빈을 세는 데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그 와중에 견환 역시 유산과 폐위, 출궁 등 온갖 수난을 겪는다.
제작비만 퍼부은 궁중 막장극 아니냐고? 배우들의 열연과 차분한 연출은 황제의 말 한마디에 폐위와 부귀영화 사이를 오가는 후궁들의 극적인 삶과 회한을 절절하게 담아내 모든 암투를 어느 정도 정당화한다. 드라마 말미, 마침내 거칠 것 없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견환이 주변에 마음 터놓을 이 하나 없는 외로움으로 과거를 회상하며 짓는 묘한 표정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