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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경쟁? 세계는 지금 혁신경쟁”

입력 | 2014-12-02 03:00:00

[국가대혁신 ‘골든타임’ 2부]
佛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변신
철강→전기설비→에너지 솔루션… 30여년간 주력사업 계속 전환




“세계는 변하고 있고 경주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4일 프랑스 파리 근교의 슈나이더 일렉트릭 본사 ‘르 하이브’에서 만난 이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파스칼 브로세 혁신부문 수석부사장이 헤어지기 직전 한 말이다. 1시간에 걸쳐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성공적인 사업 전환에 대해 설명한 그는 이 한마디와 함께 “글로벌 시장은 가격 경쟁에서 혁신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836년 설립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철강, 중장비, 조선사업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전통 제조업체였다. 주력 산업인 철강업이 부진하자 1980년대 중반 전기설비 시장에 과감하게 진출했고 1990년대에는 전력공급 시스템 부문으로 사업의 축을 옮겼다. 2000년대 들어서는 통합 에너지 관리 솔루션 회사로 거듭났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진화는 위기에 빠진 국내 제조업체들에는 독일 지멘스와는 또 다른 방향의 ‘미래형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제조업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전자, 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 주력 업종의 경우 단순한 ‘신제품 개발’에 머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부문으로의 과감한 전환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최근 회사 내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강화하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다. 2010년 글로벌 SW 업체 SAP의 최고전략책임자(CSO)였던 브로세 부사장을 영입해 CTO 자리에 앉힌 게 대표적이다. 178년 역사의 슈나이더 일렉트릭에서 SW 엔지니어가 CTO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나다 투자자문사 코퍼레이트 나이츠가 세계에서 가장 지속 가능성이 높은 10대 기업 중 하나로 꼽은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경쟁력은 바로 공격적 변화에 있는 셈이다.

브로세 부사장은 “자동차만 보면 알 수 있듯이 글로벌 산업의 중심은 하드웨어(HW)에서 SW로 이동하고 있다”며 “슈나이더 일렉트릭처럼 다른 제조업체들도 앞으로는 구글, SAP, 마이크로소프트 등 SW 업체들과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선박 및 해양플랜트, 생산공장, 데이터센터, 업무용 빌딩, 주택 등에 최적의 통합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HW 사업부문은 전력 공급 및 제어장치를 생산하고 SW 사업부문은 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HW 및 SW 역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본사 건물 르 하이브다. 총면적 3만5000m²의 7층 건물인 르 하이브는 2008년 말 에너지 최적화 빌딩으로 재탄생했다. 이 건물은 전기 배전, 냉난방, 환기, 보안, 조명 등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시스템 및 기기를 하나로 연결해 실시간 데이터 수집은 물론이고 원격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르 하이브의 1m²당 에너지 소비량은 2009년 연평균 150kWh에서 2012년 78kWh, 올해 61kWh로 급감했다. 5년 사이 에너지 소비량이 6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파리=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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