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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vs 9개 구단

입력 | 2014-12-01 03:00:00


한화 김성근 감독이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선수들에게 직접 펑고(수비 연습을 위해 배트로 공을 쳐주는 것)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프로야구 팬과 관계자들에게 2014년 가을은 여러모로 특이했던 계절로 기억될 것 같다. KT를 빼고 9개 팀 가운데 5개 팀의 사령탑이 바뀌었다. ‘가을잔치’인 포스트시즌 와중에 연이어 감독 선임 소식이 들려왔다. 4강 탈락 팀들이 포스트시즌 진출 팀보다 더 큰 관심을 끌었다. 결정판은 ‘야신’ 김성근 감독(72)의 귀환이라 할 수 있다. 김 감독 효과로 한화는 팀 창단 후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삼성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라는 업적을 이룬 2014년 가을의 주인공은 꼴찌 팀 한화다.

▽대개 마무리 훈련은 한 해를 힘들게 보낸 주전 선수들에게 회복의 시간이다.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것은 신인이나 경기를 많이 뛰지 않은 신진 선수들이다. 몇몇 구단은 고참급 선수들을 해외에서 열리는 마무리 캠프에 데리고 가지도 않는다. 한화는 모든 사람이 예상하는 대로다. 김 감독의 취임 일성은 “꼴찌가 어디서 노느냐”였다. 마무리 캠프에서 대개 3, 4일에 한 번꼴로 갖는 휴식일도 한화에는 없다. 김태균 정근우 등 고참 선수들이 모두 참가한 한화의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는 아침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굴러갔다. 흙투성이 유니폼의 선수들을 보면 지옥이 따로 없다.

▽그래서 내년 시즌 한화는 나머지 9개 구단의 ‘공공의 적’이다.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많은 팀이 한화에만은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다른 팀들 역시 열심히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신예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KIA 마무리 캠프만 해도 9개의 배팅 케이지에서 동시 훈련이 이뤄졌다. 두산도 카리스마 넘치는 김태형 감독의 지도 아래 숨이 턱턱 막히는 강훈련을 소화한 뒤 귀국했다. 우승팀 삼성이라고 놀고 있는 건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한화가 빈틈없이 선수들을 몰아붙인다면 다른 팀들은 선수들에게 약간의 여지를 주는 것 정도다. 그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서다.

▽그래서 내년은 한국 프로야구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한 시즌이 될 것 같다. 만약 한화가 팬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김성근 야구’는 새롭게 조명될 것이다. 이는 한화보다 못한 성적을 내는 팀들에는 재앙을 뜻한다. 한화보다 뒤진 팀들은 김성근 야구를 일정 부분 따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팬들 눈에는 한화만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성근 방식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김성근 야구를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어설프게 따라 했다가는 몸만 고생하고 성적은 못 내는 사태로 귀결되기 쉽다. 실제로 예전에 그런 팀도 있었다.

▽많은 야구 관계자가 내년 시즌 한화 전력이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투자로 좋은 선수들을 데려온 데다 매년 하위권이었던 이유로 신인 지명에서도 좋은 선수들을 뽑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김응용 전 감독이 출전 기회를 준 신진 선수들의 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여기에 김성근 감독의 지옥 훈련을 이겨낸 선수들의 기술과 정신력까지 향상된다면 충분히 4강에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야구인이 김 감독의 야구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야구인은 이런 말을 했다. “김성근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하루 종일 선수들을 굴릴 때 김인식 전 감독은 오후 1시면 모든 훈련을 끝내고 자유시간을 줬다. 그렇게 했는데도 2001년 두산은 우승을 했다.” 결국 프로야구는 결과로 말하는 세계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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