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헌 한국뇌연구원장
세기의 화가 피카소, 작곡가 시벨리우스는 92세, 영국 총리 처칠은 91세,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미켈란젤로는 89세, 인상파 화가 모네는 86세, 드가는 83세에 사망할 때까지 기억력 창의력 등을 발휘하여 우리에게 잊지 못할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이런 이유 때문에 대학교수나 과학자들의 정년을 없앴으며 이력서에 나이 쓰는 걸 폐지하였다.
올해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에서 위치공간기억을 담당하는 위치(장소)세포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75세의 존 오키프 박사는 “지금도 시간이 나면 오후 6시 이후에도 연구실에 가서 정년 없이 하고 싶은 연구를 계속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또 2000년 신경세포의 신경전달물질 작용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89세의 록펠러대 폴 그린가드 교수와 85세의 컬럼비아대 에릭 캔들 교수도 필자가 올 초 실험실을 방문하였을 때 예전보다 더 큰 실험실을 운영하면서 연구열을 불태우고 있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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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뇌를 평생 ‘창조’하고 있다. 개인의 노력과 독특한 인생 경험, 환경에 따라 새로운 신경세포는 물론이고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회로는 강화되고 발달한다. “아름다움, 용기, 기쁨, 영감, 희망의 물결을 붙잡고 노력하는 한, 8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게 된다”는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처럼 20대라도 이상과 열정을 잃어버리고 고뇌, 공포, 실망, 비탄에 휩싸여 뇌를 잘 쓰지 않으면 빨리 늙어 노인이 된다.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뇌는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치매도 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뇌과학자로서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서유헌 한국뇌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