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 ‘르뮤제’
레스토랑에서 홀로 앉아 일행을 기다리던 여자 손님은 남자친구인 듯한 전화가 걸려오자, 반색하며 받는다. 그러나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대답을 들어서일까? 식당 내 손님들이 모두 놀랄 정도로 휴대전화 너머로 남자친구에게 화를 낸다. 그런 그녀에게 종업원이 제지하려 다가가자, 그녀는 그녀의 남자친구에 대한 불만을 손님들에게 깜찍한 노래로 풀어내며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다. 그러자 말리던 종업원도 경비도 다 같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일반적인 뮤지컬의 한 장면 같지만, 이 뮤지컬이 펼쳐지는 무대는 조금 특별하다. 바로 실제 레스토랑이라는 점이다. 술렁이던 손님들은 깜짝 뮤지컬의 관객이 되어 이내 공연을 즐겼다. 갑작스럽게 펼쳐지는 이러한 ‘뮤지컬 플래시몹’ 이벤트가 갤러리와 레스토랑이 결합된 서울 청담동 복합문화공간 ‘르뮤제(Lemuse)’에서 매주 금, 토요일 양일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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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버진 항공에서는 승객으로 앉아 있던 뮤지컬 ‘라이온 킹’ 오스트리아 캐스트 멤버들이 기내에서 ‘뮤지컬 플래시몹’을 선사했다. 탑승한 승객들은 당황해했지만 이내 즐겁게 ‘라이온 킹’의 대표곡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에 따라 손뼉을 치며 ‘뮤지컬 플래시몹’에 동화되었다.
또 폴란드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는 폴란드의 뮤지컬 ‘레미제라블’ 캐스팅 팀이 쇼핑몰 손님에서 배우로 변신하여 ‘레미제라블’의 대표곡 ‘원 메모리 데이(One more day)’를 열창한다. 매장 곳곳에서 나타나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에게 쇼핑몰의 손님들은 뮤지컬의 여느 관객과 다름없이 그들의 공연을 경청하고 박수로 화답했다.
문화마케팅 기업 위드컬처를 운영하는 이경선 르뮤제 대표는 “외국에서처럼 국내에도 ‘뮤지컬 플래시몹’이 하나의 문화장르로 인정받게 되는 데 르뮤제가 디딤돌의 역할을 하고 싶다”며 “지속적으로 국내외 신진 아티스트들과 함께 협업하여 ‘뮤지컬 플래시몹’과 같은 특별한 문화 장르들을 개척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곳 르뮤제에서는 공연은 물론 정기적으로 미술 전시회도 열고 있다. 이 외에도 장르를 넘나드는 컬래버레이션 전시회를 열어 트렌드를 주도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도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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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