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전 감독은 화합과 믿음의 리더십으로 1995년 OB에 기적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사했다. ‘국민감독 전성시대’의 서막이 오른 우승이기도 했다. 스포츠동아DB
■ 김인식 감독의 1995년 KS
KS 2승3패서 롯데에 4승3패 대역전극
1982년 원년 우승 이후 13년만에 우승
OB 선수단 폭력사태 등 위기 딛고 영광
2013년까지 한국시리즈(KS)가 4승3패로 끝난 사례는 총 6차례 있었다. 롯데 최동원 신화로 기록되는 1984년 KS. 현대왕조가 이뤄낸 두 차례(2000년 KS 두산전·2003년 KS SK전)의 7차전 승리. KIA의 V10을 완성한 2009년 KS(SK전)와 1승3패의 열세를 뒤엎고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통합우승을 완성한 2013년 삼성의 KS(두산전)가 있었다.
● 바닥에서 우승으로…“나만 안 울었어”
OB는 1994년 8개 팀 중 7위에 불과했다. 성적도 문제였지만 전임 감독의 폭력행사와 이에 대한 고참선수들의 항명으로 팀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난파선이 된 OB를 재생시키기 위해 초빙된 사람이 바로 김인식 감독이었다. ‘화합의 달인’답게 김 감독은 재빨리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선수단과 프런트의 갈등을 치유했다.
‘4강도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OB는 1995년 정규시즌에서 74승(47패5무)을 거둬 1위에 올랐다. 뚜렷한 전력보강 없이 1994년보다 무려 21승을 더 거둔 것이다. 1994년 우승팀이자 잠실 라이벌인 LG에 0.5경기 차 앞서 KS에 직행할 수 있었다. LG가 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패하며 탈락했지만 김용희 감독(현 SK 감독)이 이끌던 롯데도 만만치 않았다.
OB는 5차전까지 2승3패로 밀려 패배 일보직전까지 몰렸다. 그러나 6차전을 4-1로 잡더니, 7차전마저 4-2로 이기고 대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김 감독은 10일 “OB가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우승이후 13년만의 KS 우승이라 감격이었다. 우승을 확정하고 주위를 둘러보니까 선수들, 코치들, 구단 직원들 다 울고 있더라. 나만 안 울었다(웃음). 1994년 사태 이후에 서러웠던 마음이 우승으로 씻겨져 내려가는 것 같았다”고 당시 순간을 떠올렸다. 김 감독 지도자 인생에서도 첫 번째 KS 우승이었다. 이후 김 감독은 두산에서 2001년 KS 우승을 한 차례 더 해냈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전승 4강, 2009년 WBC 준우승 등을 해내며 국민감독의 반열에 올라섰다.
● 2승3패에서 역전 일궈낸 ‘믿음의 야구’
OB는 1차전에서 에이스 김상진을 내고도 패했다. 김상진은 4차전에도 패전투수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최종결전인 7차전 선발로 김상진을 또 냈다. 김상진은 승리투수로 김 감독 특유의 ‘믿음의 야구’에 보답했다. 김 감독은 선발, 불펜을 오가던 신예 진필중을 3,6차전 선발로 투입하는 보직 파괴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7차전 마무리는 2,6차전 선발인 권명철에게 맡겼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