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새 트렌드 떠올라
미국에서 대표적 익명 SNS로 꼽히는 위스퍼 이용 화면. 엽서를 쓰듯 그림 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적는 방식이다. 거리, 관심사 등에 따라 메시지를 선별해 볼 수 있지만 모든 메시지는 누가 올렸는지 알 수 없다. 스마트폰 화면 캡처
○ 폐쇄형 SNS에 ‘익명’을 더하다
국내 대표적인 익명형 SNS는 ‘블라인드’다. 특정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끼리 모여 익명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바일판 사내 익명게시판인 셈이다. 지난해 12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해 불과 1년 사이 정보기술(IT) 금융 항공 유통 미디어 등 다양한 업계에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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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는 내부 직원이라도 누가 쓴 글인지 추적할 수 없게 시스템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서버를 통째로 들고 가도 글쓴이를 추적할 수 없다는 게 블라인드 측 설명이다. 초기 커뮤니티를 개설한 직장 10곳 중 8곳은 전체 직원 중 80%가 가입해 활동할 정도다.
이 밖에도 같은 학교 학생들이 모여 익명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우리학교 삐야기’, 업종별 직장인들이 모여 직장 평판과 연봉 등을 공유하는 ‘컴퍼티’, 불특정 다수와 익명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센티’ 등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익명형 SNS다.
○ 치솟는 익명형 SNS 기업가치
익명형 SNS는 해외에서도 인기다. 미국에서 10, 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시크릿’ ‘위스퍼’ 등이 대표적이다. 시크릿의 경우 페이스북이 최근 인수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시크릿의 기업가치는 4000만 달러(약 420억 원), 위스퍼의 기업가치는 2억 달러(약 2100억 원)에 이른다. 두 곳 모두 미국 내 유명 투자자들이 앞다퉈 거액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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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피로감
업계에서는 전통적 SNS 방식이 ‘쇠퇴’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실명 정책을 고집해왔던 페이스북도 지난달 익명으로 채팅할 수 있는 앱 ‘룸’을 출시했다. 해외 언론들은 이를 두고 “페이스북도 대세를 따르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익명 SNS로 이용자가 이동하기 시작한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피로감과 기업의 마케팅 등 상업적 이용자들의 급격한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SNS 대원칙 중 하나인 개방을 통해 대중이 흥미를 느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피로감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걸 의식하는 데 수반되는 자기 검열 등 방어적 심리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에 익명이라는 도구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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