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훈·사회부
박 교육감과 도교육청은 그동안 몇 차례 말을 바꾸며 갈팡질팡했다. 초기엔 ‘자료는 제출, 감사에는 불응’이라는 어정쩡한 태도였다. 다음에는 ‘감사불응, 감사원 감사 요청’으로 선회했다. 이어 순수 지방재원은 감사원의 직접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감사원 감사지원 요청’으로 변경했다. 30일에야 ‘자료 제출과 감사장 설치 등 수감 모두 거부’로 정리를 마쳤다. 한동안 끌려 다니다 반격에 나선 모양새지만 결과 예측은 어렵다. 일부에서 “법률 검토의 미비, 약한 전투력 탓에 제 밥그릇마저 못 지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현재로선 “감사 없인 지원 없다”고 천명한 홍준표 도지사가 선선히 물러날 리 만무하다. 서류 분석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감사에 준하는 조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런 선례도 만들어 두었다. 새누리당이 다수인 도의회에 급식 관련 행정사무조사를 촉구하는 방법도 있다. 도교육청이 행정사무조사를 피해갈 순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내년 급식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초강수도 남았다. 그렇게 되면 교육 현장에서는 혼란이 생긴다. 홍 지사는 이번 기회에 무상급식 논란을 쟁점화할 기세다. 홍 지사는 이 정책을 놓고 애매하게 발언한 적도 있지만, 이번 논란을 통해 ‘무상급식은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소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번 사태는 보수의 아이콘으로도 불리는 홍 지사, 전교조 출신인 박 교육감의 시답잖은 기 싸움으로 비치고 있다. 이제 더이상 도민들을 힘들게 하지 말고 감사에 대한 ‘권리’ ‘의무’부터 정리해야 한다. 애매하면 감사원, 법제처에 묻는 방법도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도 된다. 그때까지라도 제발 좀 조용히 하면서.
강정훈·사회부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