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구세군 캄보디아 학교 우물-수도 지원사업 현장
“정말 시원해요.” 27일 캄보디아 농촌 캄퐁참바티어이에 위치한 트러바 초등학교에 설치된 수돗가에서 섬늣 양이 사촌동생 나이호이 양의 얼굴을 씻겨주고 있다.
섬늣 양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북쪽으로 70km가량 떨어진 농촌 ‘캄퐁참바티어이’에 살고 있다. 그는 매일 나이호이 양을 자신이 다니는 트러바 초등학교에 데려간다. 나이호이 양의 부모가 아침 일찍 일을 하러 나가기 때문에 섬늣 양이 하루 종일 사촌을 돌보게 된 것. 먹는 것 하나, 입는 것 하나 네 살 배기를 챙기기가 쉽지 않다. “제일 힘든 건 35도가 넘는데 학교에 걸어서 가도 나이호이의 갈증을 풀어줄 물이 없다는 거예요. 세수할 물도 없어요.”
○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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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수도시설이 완공된 트러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캄보디아 아이들과 이수근 자선냄비본부 사무총장(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 등 구세군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자선냄비본부 제공
27일은 섬늣 양과 지역 주민들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구세군 자선냄비본부가 7월부터 진행하던 캄보디아 학교 우물 개발 및 수도공사가 마무리된 날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학교에서 물을 마시고 세수도 할 수 있는 ‘그날’이 왔다.
이날 오전 10시 트러바 초등학교 마당에 있는 수돗가 주변에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몰렸다. 섬늣 양은 “물이 나오는 게 기적 같다”고 했다. 동네 주민들도 꼭지만 돌리면 쏟아지는 물줄기에 감탄했다. 주민 모키응 씨(42)는 “가정 소득이 대충 1개월에 100달러 내외인 데다 가족이 10명이 넘다 보니 물 사먹을 돈이 없다”면서 “이제는 걱정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 지역의 또 다른 학교인 ‘하오남 홍프라잉 니어’에서도 이날 물 축제가 벌어졌다. 전기로 가동되는 우물 시설이 설치되면서 교실 주변 7곳의 수도에서 물이 나왔다. 소치 양(9)은 “2시간 이상 걸어서 물을 길어오는 친구가 많은데 물 구하기가 이렇게 쉬운 줄 몰랐다”고 했다. 교장 폰 판 씨(43)는 “아이들이 너무 더울 때만 소량의 물을 비닐봉지에 싸 온다”며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사용하니 내 마음까지 깨끗해진다”고 말했다.
자선냄비본부는 2012년부터 캄보디아 학교에 우물, 수도를 설치하는 ‘한여름의 구세군’ 사업을 진행해 왔다. 본부 이수근 사무총장은 “2012년 11월에는 캄보디아 지부까지 설립했고 현재 총 8개 학교에 우물, 수도시설을 마련했다”며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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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는 매년 심장병을 앓고 있는 동남아 지역 저소득층 아이들의 수술을 지원해준다. 올해 8월에는 필리핀 태풍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지원하고 학교를 수리해줬다.
2009년부터는 몽골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교실과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내 시각장애인과 극빈층을 위해 사랑의 집짓기 사업 등도 지난해 실시했다. 본부 정미선 사관은 “이제는 국내보다는 동남아 일대에 극빈층이 더 많아졌다”며 “해외로까지 모금과 봉사 활동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캄퐁참바티어이(캄보디아)=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