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우규민 “후배 신정락에게 한 수 배웠다”

LG 우규민. 스포츠동아DB

“나보다 훨씬 잘 던지더라고요. 많이 배웠습니다.”

LG 우규민(30)이 겸손하게 자세를 낮췄다. 그가 ‘많이 배웠다’고 말한 상대는 선배가 아닌 팀 후배 신정락(27). 우규민과 신정락은 플레이오프(PO) 1차전과 2차전에 각각 선발등판해 제몫을 해냈다. 그러나 선배는 자신보다 후배의 투구내용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우규민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PO 3차전에 앞서 “2차전에서 신정락이 던지는 모습을 보고 나도 감탄했다. 공격적인 자세부터 빠른 투구 템포까지 다 괜찮았던 것 같다”며 “PO가 5차전까지 가게 돼 내가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면 신정락의 패턴을 나도 응용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우규민은 PO 1차전에서 5회까지 넥센의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승리투수 요건도 갖췄다. 그러나 6회 첫 타자 강정호에게 내야 안타를 내주는 과정에서 타구에 복숭아뼈를 맞아 교체됐다. 이후 다음 투수 정찬헌이 역전 3점포를 내주면서 우규민의 승리는 없던 일이 됐다. 우규민은 “포스트시즌이고 1차전이고 해서 너무 신중하게 던지려다 보니 풀카운트가 너무 많았고, 투구수가 한없이 늘어났다. 강정호까지 막고 내려오려고 6회에도 올라갔는데 임무를 다 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투구수 조절을 잘 하면서 오래 던진 정락이가 그래서 더 대단해 보였다”고 했다. 신정락은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해 2차전 승리투수가 됐다.

그래도 우규민 역시 충분히 제 몫을 하고 있다. 오히려 포스트시즌에서 더 강한 모습이다. 첫 가을잔치 등판이었던 지난해 PO 3차전에서도 6.1이닝 2실점(1자책)으로 잘 막았고, 올해 준PO 2차전에서도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그는 “단기전은 확실히 집중력 싸움인 것 같다. 작년에는 성적과 별개로 그냥 붕 뜬 상태에서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긴장하고 떨렸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점점 나와 우리 팀 선수들 모두 적응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며 “삼성 같은 팀이 가을에 강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우리도 앞으로 계속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더 강해질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