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인양거부 다음날 4층 女화장실서… “29일 새벽 시신 수습”

입력 | 2014-10-29 03:00:00

세월호 여학생 추정 실종자 시신 1구 발견… 물살 강해 일단 철수




“실종자가 발견됐답니다. (세월호) 4층 여자화장실에서요.”

28일 오후 5시 반경 실종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 전해지자 가족들은 크게 술렁였다. 7월 18일 세월호 조리원 이묘희 씨(56·여) 발견 소식 후 102일 동안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은 터였다. 여성의 시신으로 추정된다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단원고 2학년 황지현 양(17)의 아버지 황인열 씨(51)는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황 씨는 생존 학생들이 마지막으로 황 양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4층 여자화장실의 수색을 희망해 왔다. 실종자 발견 다음 날인 29일은 결혼 7년 만에 얻은 외동딸 황 양의 18번째 생일. 황 씨는 “지금은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다른 실종자 가족들도 실종자 발견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남은 실종자는 여성 2명, 남성 7명 등 9명. 남성 실종자의 가족들은 “정말 다행이다, 잘됐다”며 황 씨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다른 여학생 실종자인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 씨(50)는 “여성이 발견됐다는 말에 내 딸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먹먹했다. 유전자(DNA) 감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릴지 모르겠다”며 말을 삼켰다.

295번째 희생자가 발견되면서 세월호 인양론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수중수색으로 실종자를 발견해 굳이 인양을 추진할 명분이 없어진 셈이다. 실종자 가족 권오복 씨(60)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했다고 했지만 또 실종자가 발견됐다. 가족들은 수중수색에 다시 기대를 걸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실종자 발견 장소가 가족들이 추가 수색을 원했던 4층 중앙화장실로 확인되자 상기된 반응을 보였다. 세월호 실종자가족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는 27일 세월호 인양 부결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4층 선미 좌측 다인실(SP1)과 여자화장실 추가 수색을 가족들이 희망한다”고 전한 바 있다. 앞으로 이어질 수중수색에서는 실종자 가족의 의사가 이전보다 더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배 변호사는 “(이번 희생자 확인으로) 수색팀의 수색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색이 완료된 곳도 재수색에 나설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종자 발견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후 8시 실종자 가족들은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진도군청을 방문해 가족들이 원하는 수색 위치를 반영한 11월 수색계획을 다시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88수중 소속 잠수사들은 4층 화장실 벽에 구멍을 뚫어왔고, 최근 작업을 완료해 확보한 진입로를 통해 실종자를 발견했다. 일부 가족은 해군 대신 88수중 소속 잠수사가 들어가 교차 수색을 한 덕분에 실종자를 발견했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날 실종자 수습은 곧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호원 88수중 부사장은 “물살이 빠르고 시야가 좋지 않아 수습이 쉽지 않은 상태다. 희생자의 위치를 확인한 뒤 일단 잠수사는 철수했다”고 말했다. 잠수사들은 29일 오전 4, 5시경 정조 시간에 다시 희생자 수습에 나선 뒤 수습한 시신의 유전자를 감식해 신원 확인 작업에 나선다.

안전 문제로 수중수색에 어려움을 표하던 일부 잠수사의 불만의 목소리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구조팀 관계자는 “수중수색이 유효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잠수사들도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수색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최혜령·박성진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