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을 읽는 소설가들’ 이승우-이기호-정용준 조선대서 열린 제6회 이청준문학제… ‘마르지 않는 한국 문학의 샘’ 추억
‘이청준을 읽는 소설가’ 이승우 정용준 이기호(왼쪽부터). 셋 중 가장 선배인 이승우는 “이청준 선생님을 꾸준히 읽고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라고 했다. 광주=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7일 광주 조선대에서 열린 제6회 이청준문학제 ‘내가 읽은 이청준’ 시간에 소설가 이승우(55), 이기호(42), 정용준(33) 등이 참가했다. ‘생의 이면’으로 해외 문학계의 뜨거운 찬사를 받은 이승우는 “나를 소설가로 만든 것이 이청준 선생”이라고 했다. 그는 이 선생과 같은 전남 장흥 출신이다.
“저에게 쓰기에 대한 최초의 충동을 불러일으킨 소설은 이청준 선생님의 ‘나무 위에서 잠자기’입니다. 이 소설은 어떤 이야기의 재미나 감동, 어떤 사상의 심오함이 아니라 그것들을 전달하기 위해 동원하고 배치하고 설계하는 작가의 수고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습작 시절부터 이청준의 소설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며 공부했다. 그는 “글의 길이 막힐 때마다 선생의 소설을 펼쳐 읽으면, 신기하게도 막혔던 글의 길이 희미하게 보이고 그러면 그 희미한 빛에 의지해서 다시 쓰면서 최초의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바벨’을 쓴 소설가 정용준도 스승 이승우 소설가의 추천으로 ‘소문의 벽’을 읽게 됐다. 그는 “‘소문의 벽’을 읽고 소설이 인간을 다루고 인간의 삶을 탐구할 때 얼마나 강력해지는지 알았다. 좋은 소설에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모순이 있고 그 모순 속에 인간이 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기호는 이청준 연작소설 ‘가위 밑 그림의 음화와 양화’에 대해 “기억과 망각의 가위눌림 속에서 하나의 그림을 보여주고자 분투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있다”고 했다. 그는 “1980년대 리얼리즘 소설, 후일담 문학이 득세하던 시기에 반대 방향으로 가려 했던 작가의 윤리 의식을 볼 수 있다”며 “소설은 내용이 아니라 문장이고, 새로운 태도나 내면을 만드는 것이 작가의 문장인데, 이 선생의 소설은 문장의 힘이 지면을 뚫고 나온다”고 했다.
광주=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