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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해제조건 ‘사과’보다 ‘재발방지’에 무게

입력 | 2014-10-15 03:00:00

[기로에 선 남북관계]정부, 2차 고위급 접촉 핵심 의제로




정부는 이번 주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날짜를 북한에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밝힌 대로 5·24조치 해제 논의가 향후 남북대화의 ‘핫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남북교류를 사실상 전면 중단한 5·24조치가 취해진 지 4년 만에 남북관계 전환의 중대 기로에 선 셈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고위급 접촉에서 5·24조치 등 남북대화 의제가 정리된다면 후속 대화에서 5·24조치 해제 여부 협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책임 있는 조치’의 의미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으로부터 천안함 폭침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조치를 얻어내야 5·24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밝혀 왔다. 그 ‘책임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명쾌하게 설명한 적은 없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과의 협의 과정에서 조치의 수준과 내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 있는 조치’는 이명박 정부 시절 내걸었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책임자 처벌’보다는 수위가 낮아진 표현이다. 정부 내에선 북한의 명시적 사과보다 재발방지 약속을 분명히 받아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천안함 폭침 소행을 인정하고 명쾌한 사과를 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천안함 폭침을 명시하지 않고도 북한의 사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협상력이 중요하다는 것.

협상 가능한 문안은 ‘북측은 대화 교류 단절 원인이 됐던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2010년 서해상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 북측은 유감을 표명하고 남북은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속한다’ 등이 꼽힌다.

○ “다른 대북 의제와 포괄 협상”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내세울 여러 의제를 자연스럽게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5·24조치 해제와 함께 얘기해 관철시켜야 한다”며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만 요구하는 것으로는 의미 있는 남북관계 진전의 토대를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5·24조치 해제를 협상의 목표가 아니라 남북관계 정상화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민생 인프라 개선,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뿐 아니라 북핵 해결까지 큰 틀에서 논의하는 창의적 대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5·24조치를 다른 의제와 연관해서 풀면 5·24조치의 근본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5·24조치 해제를 위한 대화가 시작되면 우선 일부 항목부터 풀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5·24조치의 5개 항목 중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와 개성공단 신규 투자를 막고 있는 2, 3개 항목을 먼저 해제한 뒤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받아내면 나머지 항목도 해제하는 방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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