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경추 관절의 병은 의학적으로 흔히 진단된다. 하지만 입 안이나 얼굴 통증은 진단하기도 어렵고 진단이 내려져도 적극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입과 얼굴 통증으로는 첫째, ‘불타는 입 증후군(burning mouth syndrome)’이 있다. 입 안과 입 주변이 불에 타는 것 같은 화끈거리는 병이다. 입 안의 감각신경이 비정상적인 신호를 보내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을 일으킨다. 부분 통증이라면 치료가 어렵지 않지만, 전체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뺨을 맞은 것처럼 얼굴이 아프면 삼차신경통과 비전형적인 안면통증 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삼차신경통은 삼차 신경이 분포돼 있는 안면부 감각 신경에 이상이 생기면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병이다. 자살을 유발하는 병이라고 할 정도로 통증이 크지만 신경이 마찰되는 곳을 찾아서 치료할 경우 효과를 볼 수 있다. 비전형적인 안면통증은 신경 문제를 명확히 확인하지 못할 때가 많다. 삼차신경통과 경계가 모호해 잘못 진단받는 환자도 많다.
의학에서는 병을 종류별로 나누고, 해당 범주가 아니면 병이 아닌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통증은 형태나 전달방식이 다양해 특정 카테고리를 벗어날 때가 많다. 20대 중반인 여성 이모 씨는 음식물을 먹을 때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생각했던 이 환자는 턱관절증후군, 비전형적 안면통증증후군, 삼차신경통 의증, 불타는 입 증후군의증을 동시에 모두 앓고 있었다. 하지만 삼차신경병증 의증이라는 단 하나의 진단도 가능하다. 이는 삼차신경이 얼굴과 입안의 감각 신경일 뿐 아니라 턱관절을 움직이는 운동신경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항상 명확한 것만 인정하려고 한다. 하지만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통증도 마찬가지다. X레이나 자기공명영상(MRI)에서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으로 직접 만지는 이학적 검사가 병행돼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의사가 환자를 진단할 때는 환자가 아프다고 하는 부분만 보지 말고 시야를 넓혀야 병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