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계 통신비와 스마트폰 값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 통신비는 148.39달러(2011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위, 이동통신비는 115.5달러로 1위다. 휴대전화 값도 제일 비싸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반 휴대전화 공급가는 지난해 230.56달러로 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고가 프리미엄폰 공급가도 512.24달러로 1위였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0%를 지배하는 한국에서 스마트폰 값이 가장 비싼 이유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 소비자가 ‘봉’인가.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이달 1일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시행했으나 상황은 더 나빠졌다. 어제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은 “단통법 시행 이후 국민의 체감 통신비가 오히려 늘어났다”고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에 따르면 갤럭시S5는 단통법 이전에는 평균 20만 원의 보조금이 주어졌지만 법 시행 이후에는 8만6000원으로 60%나 줄었다.
단통법은 정부가 정한 보조금 상한 내에서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공시하도록 하는 법이다. 단말기 유통시장을 투명하게 함으로써 일부 이용자만 많은 보조금을 받고 대부분은 비싼 값을 지불하는 불합리를 없애기 위해 제정됐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조금이 줄어 모든 이용자를 ‘호갱님’(호구+고객님)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단통법은 정부가 보조금 상한선 가이드라인을 줌으로써 사실상 담합 구조를 만들어준 것과 다름없다. 여야는 정쟁(政爭)으로 날을 새우다 단통법을 질의와 반대토론 한 번 없이 다른 131개 법안과 함께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통신비 인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정부와 여야는 휴대전화 단말기 값과 통신비를 내릴 방법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