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전 프라이스오픈 우승… 보디치 막판 추격 2타차 따돌려 1년 5개월 만에 두번째 정상
“캐디를 왜 바꾸노? 그냥 니가 몬 치는 기다.”
아들 배상문(28·캘러웨이)이 열 살 때부터 그의 코치 겸 캐디를 자청했던 어머니 시옥희 씨(58)는 새 시즌을 앞두고 ‘캐디와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아들의 투정을 단칼에 잘랐다. 2011년 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출전권을 확보한 배상문은 지난해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메이저 우승 같은 목표는 아직 이르지만 한국과 일본에서처럼 두 번째 우승은 빨리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시즌이 통째로 지나가도록 기다림은 끝나지 않았다. 최경주(44·SK텔레콤)는 PGA투어 첫 승 이후 넉 달 만에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양용은(42)은 석 달 만이었다. 이들보다 어린 나이에 PGA 첫 승을 신고한 아들로서는 조바심이 날 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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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까지 4타 차 선두였던 배상문은 이날 13, 14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하며 2타 차까지 쫓겼다. 최종 스코어도 2위 스티븐 보디치(호주)에게 2타 차 앞선 우승이었다. 배상문은 “마지막에 조금 긴장했다. 이번 대회 코스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 씨는 “미국에는 아직 경기를 못 해본 골프장이 많아 낯설어 할 때가 있다. 시간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경기 없을 때 한국에 들어오면 여기 저기 찾아다니며 부족한 점을 묻고 다니더라. 부족함을 채우는 것 역시 경험이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이번 대회 때 보니까 퍼팅 라인 읽는 게 많이 좋아졌다”고 평했다. 그뿐만 아니다. 드라이버를 ‘캘러웨이 빅버사 베타’로 바꾸면서 비거리가 평균 10.9야드 늘었고, 그린 적중률도 75%로 오르는 등 아이언샷도 돋보였다.
시 씨는 “이제 내가 체력이 달려서 예전처럼 뒷바라지를 하기 힘든데 첫 판부터 우승해 기분이 딱 좋다. 올해 두 번은 더 우승할 것 같다”며 웃었다. 아들 역시 같은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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