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개혁 속도전’
현대중공업은 “강 사장은 197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조선사업본부에서 설계와 생산을 두루 거친 조선 분야 전문가”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일부 본부장 인사도 함께 단행했다. 윤문균 안전환경실장은 조선사업본부장, 김환구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장은 안전경영지원본부장, 주영걸 전무는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장이 됐다. 안전한 사업장 조성에 힘쓰겠다는 취지로 경영지원본부를 안전경영지원본부로 바꿨다.
권 사장은 13일 임원 260명으로부터 모두 사직서를 받았다. 그는 전날 긴급 본부장 회의에 참석한 본부장들에게 “휘하에 있는 임원들로부터 내일(13일)까지 사직서를 다 받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12일 임원 일부가 사직서를 썼고 13일에는 대거 사직서를 제출했다.
현대중공업 분위기는 종일 뒤숭숭했다. 임직원들은 2분기(4∼6월) 대규모 영업손실(1조1037억 원)에 따라 회사가 대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전 임원으로부터 사직서를 받기로 한 권 사장의 결단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사직서를 쓴 한 임원은 “일각에서는 사직 규모가 기존보다 조금 늘어날 뿐 어차피 다시 돌아올 사람은 중용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이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사표를 쓴 임원들은 경영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마음으로 결연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집행부는 권 사장의 개혁안이 의미 없다고 보고 있다. 무기한 연장한 파업 찬반 투표를 계속하고 임금 및 단체협약을 위한 교섭은 재개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 집행부 관계자는 “권 사장은 전 임원 사직서 제출, 출근길 인사 등 보여주기식 행보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 달 뒤에 있을 인사를 지금 한다고 뭐가 특별한 건지 모르겠다. 노조의 의견을 묻지 않고 하는 모든 행위는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