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공사 입찰 담합 건으로 4월에 이 건설사에 공정위가 과징금 70억7900만 원을 부과할 때에는 재무상황을 고려한 감면이 전혀 없었다. 3개월 차이를 두고 공정위가 같은 업체에 과징금을 물리면서 재무상황에 대한 판단을 크게 달리한 것이다.
건설사들이 최근 잇단 ‘과징금 폭탄’에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의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에 대한 과징금 결정이 ‘고무줄 잣대’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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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산정액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세부 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위반 횟수 등 구체적 기준에 따라 1, 2차 조정 과정을 거치며 감면될 수 있다. 이어 공정위원장 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전원회의는 시장·경제 여건을 감안해 과징금을 추가로 깎아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호남고속철도 건설 공사에서 입찰 담합을 한 28개 건설사에 대해 올해 8, 9월 중 과징금을 결정하면서 공정위는 “최근 경기 악화로 건설시장이 크게 위축돼 있는 점을 감안한다”며 2차 조정된 산정액에서 10%를 줄였다. 4월에 의결한 경인운하 공사 입찰 담합 건에서도 같은 이유로 10%를 감경했다. 하지만 7월에 의결한 김포한강·남양주별내신도시 클린센터 시설공사 입찰 담합 건에선 ‘건설경기 위축’을 고려하지 않았다.
A 건설사 외의 다른 2개의 대형 건설사에도 재무상황에 따른 ‘감경 혜택’이 다르게 적용됐다. 고시는 ‘최근 3년 동안의 당기순이익을 종합 고려해 적자로 판단한 경우 과징금을 최고 절반으로 줄여줄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만 이를 감경사유로 반영할지는 전원회의 합의 결과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고시에 가중, 감경 항목이 큰 틀에서 정해져 있지만 적용 여부와 적용 수준은 위원들의 전권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공정위의 고위 관계자는 “연관 업종이 많고 서민의 체감경기와 직결되는 건설업종의 특성과 각 업체의 재무적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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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