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경제/마크 뷰캐넌 지음/이효석 정형채 옮김/432쪽·1만8000원/사이언스북스 물리학자의 ‘복잡계 경제학’ 자연과학 첨단 연구성과 재구성… 주류경제학 한계 극복방안 제시
저자는 주식을 비롯한 경제활동 시장이 다른 자연계의 시스템과 달리 평형성을 지니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이런 점을 인식해야 경제 흐름을 예측하고 금융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동아일보DB
“이렇게 뛰어난 학자들이 많은데 왜 아무도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나요?”
물리학자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여왕의 질문에 답을 내놓는다. ‘사회적 원자(The Social Atom)’ ‘우발과 패턴(Ubiquity)’ 등의 저서에서 복잡계 과학이론으로 사회·경제 현상을 설명한 저자는 이 책에서도 기존 경제학 이론과 방법론의 문제점을 짚어낸다.
그는 “세상에 있는 복잡계와 달리 경제와 시장이 홀로 안정되고 어떤 내부적인 변화무쌍함도 없다는 (주류 경제학의) 얼빠진 발상을 극복하기 전에는 결코 경제와 시장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현명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탈평형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물리학, 생물학, 화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의 첨단 연구 성과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복잡계 경제학’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간단한 예로 생물학의 연구 결과와 주식시장에서의 거래를 연결한다. 생물학적으로 무엇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가장 짧은 시간은 ‘1초’인데, 이미 주식시장에서의 초단타 매매는 100만분의 1초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평형의 신화’에서 벗어난 발상과 통계로 진짜로 ‘예측 가능한 경제학’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100여 년 전 기상예보 역시 기압이나 풍속, 습도 등의 변수를 무작정 쌓아 통계적인 패턴을 찾았지만 언제나 예측에 실패했다. 동역학과 물리학의 원리를 도입해 각 변수들 간의 상호관계와 복잡성을 이해하게 되면서 예보는 정확해졌다.
저자의 주장이 현실 가능한 것인지, 그의 말대로 하면 경제학은 또 한 단계 발전해 예측 가능한 과학이 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잦은 예측 실패로 불신을 자초한 주류 경제학자들, 그들과 함께 정책을 만들어낸 정치인들은 저자의 주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 ‘급변하는 경제 환경’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그 실체를 알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영인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고승연 기자sea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