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기업으로 탈바꿈… ‘3각 편대’ 부활 날갯짓
지난해 9월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매입한 MS가 인수 1년 만인 이달 중순 “휴대전화 사업에서 노키아 이름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노키아 브랜드는 다시 온전한 ‘노키아의 것’이 됐다. 통신장비 자회사 노키아솔루션앤드네트워크스(NSN)가 새 노키아의 몸체다. 여전히 ‘몰락한 공룡’으로 여겨지는 노키아의 변신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주 에스포 본사를 방문했다.
○ 소프트웨어 중요성 인식 못하고 패망
1998년부터 1위를 차지해 온 휴대전화 사업이 흔들린 건 2008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다. 아이폰은 ‘다양한 기계를 잘 만드는’ 노키아의 전략과는 정반대로 비싼 단일 모델이었지만 사용자가 자유자재로 여러 기능(앱)을 추가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또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진출’ 여부 결정에만 1년 가까이를 소비했다. 그사이 노키아의 마지막 보루였던 저가 시장은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초저가 시장’으로 바뀌었다.
이후 자체 휴대전화 운영체제(OS) ‘심비안’을 버리고 윈도폰을 택하며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지만 ‘노키아가 노키아(심비안)를 버렸다’는 비난 속에 소비자들을 떠나보낸 악수가 됐다. 실적은 곤두박질쳐 2011년 실적 발표를 시작한 1996년 이후 15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바질 칼 유럽시청각정보통신연구소 연구원은 “노키아는 하드웨어 우위의 문화에 지배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2013년 9월 54억4000만 유로(약 7조 원)의 ‘헐값’에 휴대전화 사업 부문이 MS로 넘어갔다.
○ 새 주력 통신장비, SW 경쟁력에 방점
현재 노키아는 NSN과 지도 서비스 ‘히어(Here)’, 모바일 특허 전문 기업인 ‘노키아테크놀로지’ 등 3개 자회사로 구성됐다. 연간 매출은 127억 유로(약 16조5425억 원·2013년)로 과거 전성기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휴대전화 사업을 제외하면 올해 2분기(4∼6월) 2억8400만 유로(약 3700억 원)를 포함해 8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점차 회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옥사넨 부사장은 “하드웨어는 가능한 한 표준형으로 통일하고 모든 역량을 소프트웨어에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사업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들렸다.
5월부터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를 맡게 된 라지브 수리 전 NSN CEO의 강력한 구조조정과 내부 혁신도 회생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9년부터 네트워크 사업부를 총괄했던 수리 CEO는 2011년 직원 25%를 구조조정하고 필요 없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거대한 공룡’처럼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과거의 스스로를 반면교사 삼은 혁신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최근 운영을 시작한 ‘혁신 몰’은 5만7000여 명의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수집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옥사넨 부사장은 “이곳의 아이디어는 과거처럼 경영진이 선별 취사하는 게 아니라 노키아 직원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다”며 “사용된 아이디어에는 정해진 평가 공식에 따라 두둑한 상금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에스포=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