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심리학으로 본 부진의 이유 기대 커지면 본인도 우승자라 여겨 강적 출현이나 돌발변수 걱정들면 몸에 힘 들어가거나 무기력증 보여
사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자유형 200m에 이어 자유형 400m에서도 박태환이 생각지도 못한 기록으로 3위를 했기 때문이다. 자유형 400m에서 8월 호주 팬퍼시픽 때 세운 3분43초15만 기록했어도 1위(3분43초23)를 한 쑨양(23·중국)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박태환은 올 시즌 개인 최고기록보다 무려 5초가량 늦은 3분48초33을 기록했다. 25일 자유형 100m에서도 8월 세운 개인 최고기록(48초42)에 못 미친 48초75로 은메달을 땄다. 볼 코치는 “정신적인 부담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흔히 스포츠에서 홈 어드밴티지(이점)를 말하는데 홈 디스어드밴티지(불이익)도 있다. 잘하던 선수가 홈팬들의 과도한 응원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현상이다. 스포츠심리학에는 ‘재정의의 가설’이 있다. 언론과 팬들이 올림픽을 제패한 선수에 대해 ‘아시아경기 3연패 달성’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면 해당 선수도 마치 챔피언이 된 듯 자신의 상태를 재정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무서운 적수가 나타나거나 변수가 생겨 ‘우승하지 못하면 어떡하지?’와 같은 우려가 시작되면 운동 수행능력까지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일 훈련 중에는 오른쪽 다리를 또 다쳤다. 25일 뜀틀에서 은메달을 딴 양학선은 대회 준비부터 부담감에 시달리며 무너진 경우다.
7월 막을 내린 브라질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참패도 그렇다. 8강까지 승승장구하다 4강에서 독일에 1-7로 졌고 3, 4위전에서 네덜란드에 0-3으로 완패했다. 특급스타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빠졌다고 해도 브라질로선 상상할 수 없는 스코어다.
물론 홈에서 더 잘하는 선수도 있다. 특히 단체 경기인 야구의 경우 홈팀이 이길 확률이 약 70%라는 통계도 있다. 결국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신경 쓰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선수가 이기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