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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미 살리고 불편함 없앤 한옥호텔… 3040세대 북적

입력 | 2014-09-20 03:00:00

[토요스케치]경북 안동 古宅 리조트 ‘구름에’ 성공 비결




경북 안동시에 있는 ‘구름에’는 체계적인 시장 조사, 해외 사례 연구, 현대적인 인테리어 설계 등을 통해 탄생했다. 구름에를 운영하는 ‘행복전통마을’은 구름에가 한국 고택 리조트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행복전통마을 제공

‘양반의 도시’, ‘유교 문화의 중심지’, ‘서애 류성룡의 고향’.

대표적인 고도(古都)로 꼽히는 경북 안동시를 수식하는 말들은 많다. 이런 안동에 또 하나의 이름이 생겼다. 위에 나온 표현들처럼 대중적이진 않다. 그러나 문화재와 건축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이 통용되고 있는 이름이다. 바로 ‘고택의 도시’다.

단순히 안동에 ‘하회마을’처럼 유명한 고택 마을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전국에 있는 고택 650여 채 가운데 150여 채(23.1%)가 안동에 있기 때문이다.

고택이 흔한 안동에 최근 특별한 고택이 탄생했다. 아직까지 그다지 유명하진 않다. 하지만 안동시민들과 문화계에서 ‘세 번째 삶’을 시작한 ‘특별한 고택’들로 불린다.



수몰 위기에서 한국 최초의 리조트 고택으로 거듭나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안동 민속촌 성곽 근처 야트막한 언덕에는 고택 7채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가을이 머지않았음을 알리는 선선한 바람 속에 고택 주변은 야생화와 풀들로 가득했다. 풀벌레 소리도 끊이질 않았다.

이들 고택은 모두 1600∼1800년대에 지어졌다. 이 지역 양반집들의 대가(종갓집), 재사(제사 음식을 만들던 건물), 정자(양반들이 대화를 나누고 학문을 공부하던 곳) 등으로 쓰였다. 또 1975년 안동댐 건설 당시 수몰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당시 원래 위치에서 물에 잠기지 않는 인근 지역으로 이전했던 이들 고택은 2005∼2008년 안동의 민속촌 정비 과정에서 지금 위치로 옮겨왔다. 건물 기와, 기둥, 기둥 받침대 등 원래 사용한 재료를 최대한 다시 이용하며 똑같은 모습으로 새 장소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원래 태어났던 곳에서 두 차례나 위치를 옮긴 고택들은 올해 7월 1일 국내 최초의 ‘리조트 고택’으로 거듭났다. 문화체육관광부, 경북도, 안동시, SK그룹이 함께 만든 사회적 기업 ‘행복전통마을’이 운영하는 ‘구름 위의 행복한 마을(구름에·www.gurume-andong.com)’로 태어난 것이다.

이헌구 행복전통마을 사무국장은 “국보급 문화재가 아닌 건축물 중 이렇게 끈질기게 살아남은 건물들도 드물 것”이라며 “이제는 새로운 고택 모델로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 연구에서부터 시장조사까지… 준비된 고택 리조트

문화재와 건축 전문가들이 구름에 고택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은 약 3년의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거듭난 리조트이기 때문이다.

전통 숙박시설과 음식점 같은 레저용 시설로 쓰이고 있는 고택은 적지 않다. 그러나 구름에처럼 ‘기획-해외 사례 연구-소비자 조사-전문가의 인테리어 설계’ 같은 체계적인 준비 작업을 통해 규모 있는 리조트로 새로 태어난 곳은 없다.

특히 수몰 위기로 세상과 작별할 위기를 겪었던 고택들에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경우는 없었다.

2011년 10월 ‘고택을 활용한 리조트를 만들어 보자’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왜 한국에는 일본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료칸(旅館) 같은 전통 건축물을 활용한 고급 숙박시설이 없나’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했다.

이 국장은 “한국도 일본 못지않게 역사가 있고 전통미가 담긴 건축물이 많고, 외국인 관광객 수도 증가하고 있어서 일본의 ‘료칸’ 같은 국제적인 브랜드를 지닌 숙박 문화시설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 계속 나왔다”고 말했다.

료칸이 어떤 점에서 매력적이고, 얼마나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기획 담당팀은 2012년 5월 하루 숙박비가 100만 원이 넘는 일본 교토(京都) 지역 료칸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수일간 머무르고, 직접 체험하면서 얻은 결론은 간단했다. 바로 △전통미가 확실하게 느껴져야 한다는 것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 △유명하지는 않더라도 스토리는 있어야 한다는 것 △음식도 전통적이고 맛있어야 한다는 것 △남녀노소,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매력적이어야 하지만 특히 젊은층에게 인기가 있을수록 좋다는 것이었다.

현장 탐방을 다녀왔던 전문가들의 수첩에는 이런 내용들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런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고택 찾기 작업을 시작했다.



겉은 변함없지만 내부가 완전히 새로워진 고택


‘구름에’는 조명과 에어컨 등을 벽 뒤와 천장 등에 배치해 전통 한옥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했다.

전국에 있는 ‘쓸 만한 고택’ 중 구름에 고택들은 위 조건들을 가장 충실하게 갖추고 있었다. 우선 많지도 적지도 않은 규모인 7채의 고택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게 큰 매력이었다. 지나치게 대규모여서 상업적인 느낌이 난다거나, 너무 소규모여서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고택들은 모두 200∼400년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통미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안동이라는 유교 문화 중심지에 있다는 것도 전통을 강조하기에 적합했다.

특히 7채의 고택이 하나같이 안동 지역 양반집들의 주요 시설이었다는 점은 이야깃거리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에도 적합했다. 헛제사밥, 안동국시, 간고등어, 찜닭 등 전통 음식 역시 풍부했다. 안동시에서도 민속촌에 사실상 방치돼 있던 고택들을 고택 리조트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문제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았던 고택 리조트 만들기는 의외의 복병을 만난다. 바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내부 시설을 현대화하는 작업에서 안동시와 행복전통마을 간에 의견 충돌이 생긴 것이다.

안동시는 고택은 문화재이기 때문에 사실상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화장실 같은 시설도 재래식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게 안동시 측 의견이었다.

그러나 행복전통마을 측은 고택이 단순한 일회성 흥밋거리가 아닌 사람들이 꾸준히 찾고 즐기는 장소가 되려면 불편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겉모습은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운영하며 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부분만 수리하기로 했다. 인테리어는 좌변기, 샤워기, 에어컨, 온풍기 등 현대적인 요소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소비자 조사 결과 고택 숙박시설의 가장 큰 약점이 불편한 화장실과 샤워 시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설계는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로 건축사무소인 ‘더 시스템 랩’을 운영하는 김찬중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조명, 에어컨, 온풍기 등을 모두 최대한 안 보이게 설계했다. 새로운 화장실 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고택 모양을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해 화장실은 방 안으로 배치했다.



젊은 세대에게 더 인기


수백 년 된 고택에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현대적인 인테리어의 화장실.

지난해 10월부터 인테리어 작업에 들어가 약 9개월의 작업 끝에 전통 리조트로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총 23개의 객실 중 평균 70% 정도는 이용객이 있다.

당초 이용객들의 연령층은 50대 이상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리조트의 주 이용객들은 3040세대다.

구름에 지배인인 김상철 씨는 “여름휴가를 여유 있게 쉬면서 보내고 싶은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며 “젊은 세대가 생각했던 것보다 고택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머무는 동안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조선시대 양반이 된 것 같았다”, “아기를 가지려는 신혼부부인데, 학문적으로 뛰어났던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기운을 받고 싶어서 찾았다”, “유럽 시골의 오래된 마을에서 여유 있게 보낸 휴가 못지않았다”.

구름에를 찾았던 3040세대들의 반응이다.

현재 행복전통마을은 구름에를 통해 좀 더 특별하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바로 한국형 고택 리조트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행복전통마을은 구름에의 기획부터 현재 운영 단계까지 있었던 일들을 모두 기록한 책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택을 리조트로 활용하고 싶은 이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모든 노하우를 담아내고 전달하려는 계획이다.

이 국장은 “최근 우리 역사와 전통 문화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상당하고, 한류 열풍 속에서 외국인들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고택을 리조트로 만드는 작업은 전통 문화 살리기와 문화 산업 활성화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름에의 성공 속에서 안동 문화계 일각에서는 ‘진짜 고택 리조트’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말 그대로 고택을 전혀 손 안 대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 채 숙박시설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이상일 안동시 문화예술과 문화재연구담당관은 “냉·온방 시설, 현대식 화장실과 조명 등을 전혀 갖추지 않아 머무는 것 자체가 시간 여행이 될 수 있는 고택 리조트를 만드는 것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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