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기금 이사회가 어제 학자금 대출 연체금 감면을 골자로 한 ‘한국장학재단 채권인수’ 안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학자금을 연체하고 있는 5만8000명이 연체액 2883억 원 가운데 1100억 원을 탕감받는다. 채무조정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연체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실하게 채무를 갚고 있는 이들은 허탈해질 수 있다.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은 등록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들이 졸업 후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0년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졸업 후 취업을 해서 소득이 4인 가족 최저생계비를 넘을 때까지는 대출금 상환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기존 학자금 대출과 다르다. 당시 ‘소득이 생기면 빚을 갚으라’란 설계로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고, 연간 1조80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돼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서민 정책’이라는 명분으로 강행됐다. 결국 우려한 대로 4년 만에 상당수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정부가 손실을 떠안게 됐다.
국민행복기금이 인수한 것은 대출 회수율이 20%도 안 되는 악성 채무자의 채권이다. 가뜩이나 복지수요가 늘어나 국가재정에 구멍이 뚫린 마당에 학자금 대출까지 국민 세금으로 물어주게 된 셈이다. 더구나 이번 조치는 학자금은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던지거나 성실하게 학자금 채무를 갚는 이들과의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