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위 “포기” “강행” 4시간반 팽팽 “1심 법리 오해-양형 부당” 결론… 일각 “확신없이 여론의식한 결정” 檢, 선거법 86조 추가 적용 검토
서울중앙지검은 17일 공소심의위원회(공심위)를 열어 의견을 들은 끝에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무죄)과 국정원법 위반(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 판결에 대해 각각 ‘법리 오해’와 ‘양형 부당’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날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린 공심위에서는 항소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심위는 검찰 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에서 이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를 맡아온 윤웅걸 2차장과 이정회 특별수사팀장 등 수사·공판검사 외에 공안 형사 특별수사 분야 소속 부장검사들까지 모두 10명이 참여했다.
항소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공심위 내에서 ‘항소 포기파’는 “논란이 많은 기소였던 만큼 1심에서 매듭 짓자”고 주장했다. 반면 ‘항소 강행파’는 “항소를 포기하면 1심 판결만으로 재판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여론 때문에 오히려 논란이 증폭될 수 있으니 결과가 어떻든 대법원의 판단까지 받아보자”는 논리를 폈다.
논란 끝에 1심 재판부가 국정원 직원의 e메일 등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 상당수를 배척한 부분은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항소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의 실체를 따지기보다 증거 채택 과정이 부당했다는 논리와 항소 포기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항소를 결정한 셈이 됐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혐의에 선거법 85조(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 외에 86조(공무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조건희 becom@donga.com·최우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