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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재명]홀로 뛰는 대통령, 뒷짐 진 참모들

입력 | 2014-09-18 03:00:00


이재명·정치부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빨아들이는 ‘세월호 특별법 블랙홀’에 직접 발을 담갔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문제, 특별검사 추천 문제 등 최대 현안에 분명한 생각을 밝힌 것이다. 발언 직후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들여 오랫동안 남몰래 준비한 승부수를 던지나 싶었다.

물론 박 대통령이 얼마나 경제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무노동 고임금’으로 전락한 식물국회에 대한 답답함이 큰지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됐다. 하지만 의지와 답답함으로 풀릴 정국이 아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감성은 자기네 수장을 벼랑 끝으로 내몰 만큼 매정하다. 일각에선 지리멸렬한 야권을 결집시키는 역효과만 가져왔다는 평가도 있다. 여당은 여전히 ‘단독국회 카드’를 만지작거릴 뿐이다. 결국 여야 지지층의 양극화만 심화된 느낌이다. 정권 차원에서 이것을 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작 문제는 대통령이 정국을 뒤흔드는 발언을 쏟아냈는데도 청와대 내에서 누구 하나 그 발언의 의미나 배경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참모가 없다는 사실이다. 대다수 참모가 “그러게, 엄청 세게 얘기하셨네”라며 되레 놀라거나 “대통령이 무슨 정치적 계산을 갖고 얘기하는 분이 아니지 않으냐”는 식으로 대응할 뿐이다. “대통령이 누구보다 정치를 잘 아는데 정무 분야에서 조언할 참모가 있겠느냐”는 답변에는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대통령이 화두를 던지면 참모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각자 영역별로 전력투구를 해도 성과가 날까 말까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홀로 뛰고 참모들은 뒷짐 진 모양새니 박 대통령의 답답함이 야당 때문만은 아닐 듯싶다. 그저 언론의 선의(善意)적 보도만을 기대하는 청와대가 하도 답답해 하는 말이다.

이런 풍경은 내각에서도 낯설지 않다. 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 설득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내각에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장관의 집요한 설득에 야당 의원들이 두 손 들었다는 ‘미담’은 아직까지 접해보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최근 1∼2주 사이에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려고 국회를 찾아온 장관급 인사를 본 적이 없다”며 “정치적 상황이 복잡하다 해도 상임위원회별로 충분히 설득하고 토론할 수 있는데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장관들은 솔직히 국회 파행을 즐기는 것 아닐까. 밤을 잊을 정도로 국회가 정상화되면 장관들은 국회에서 의원들의 추상같은 질의에 혼쭐이 나야 한다. “여의도만 벗어나면 살맛 난다”는 정부 인사들의 분위기를 의원들만 모르는 것 같다.

이재명·정치부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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