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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경제]KAI 對 KAL… 공중전 승자는?

입력 | 2014-09-18 03:00:00


김성규·산업부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둘러싼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의 입찰 전쟁과 비슷한 일이 단일 규모로 건군 이후 최대의 무기 도입 사업이라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에서도 벌어졌습니다.

KF-X 사업은 공군의 노후 전투기인 F-4와 F-5를 대체하기 위해 공군의 현재 주력 전투기인 KF-16보다 성능이 뛰어난 중급전투기를 우리 기술로 개발하는 사업입니다. 개발 기간 10년 6개월에 총 18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산업체들에는 향후 10년을 책임질 엄청난 ‘먹을거리’죠. 진작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입찰 의사를 밝히고 준비를 해와 단독 입찰이 예상됐는데 대한항공이 17일 입찰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루 전날인 16일 KAI는 보도자료를 내고 “사업추진본부를 신설하고 지난달부터 1000여 명의 연구개발(R&D) 인력 채용 절차를 시작하는 등 KF-X를 개발할 본격적인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록히드마틴과의 투자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인도네시아와의 협력 방안도 양국 정부 간 막바지 협상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하며 단독 입찰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하지만 채 하루도 안 돼 대한항공의 입찰 참여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대한항공은 17일 오전 “대한항공은 군용헬기, 전투기 및 무인기 제작을 통해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력과 시설, 인력을 갖추고 있어 KF-X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게 당연하다”며 “KF-X 사업을 추후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쟁자의 출현에 이번 사업에 공을 들여온 KAI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KAI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6월 소형민수·무장헬기 사업 때는 사업금액(5800억 원)의 두 배 가까이 높은 가격을 써내는가 하면 무인기 개발 사업 때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며 “참여하는 사업을 늘려 투자자를 모으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결국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출혈 경쟁을 부르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당시에는 적정한 가격이라는 판단에 따라 입찰 가격을 정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이번 사업에 꼭 참여해 우리 군에 우수한 성능의 항공기를 공급할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이달 안에 입찰공고를 낼 계획입니다. 상반된 전략을 선택한 두 회사 가운데 어떤 회사가 웃게 될지 주목됩니다.

김성규·산업부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