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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페]가을 관광주간 ‘웃픈’ 직장인들

입력 | 2014-09-04 03:00:00


최고야 기자

(부장) “다들 휴가 계획 세웠나. 재밌게들 놀다와. 회사일은 모두 잊고 즐기게나.”

(사원1) “부장님은 어디 가세요? 해외로 나가세요?”

(부장) “회사가 어려워 휴가 반납했어.”

(사원1) “그럼 저도… 반납.” (사원2) “반납.”

직장인들의 고충을 소재로 삼은 KBS 개그콘서트 ‘렛잇비’ 코너의 한 대목이다. 부장님은 부하직원에게 “재밌게 놀다 오라”며 통이 큰 척하지만 사실 사원들을 ‘간 보기’ 위한 말을 한 것뿐이다. 이 방송을 본 전국의 사원들은 ‘웃프고’(‘웃기면서도 슬프다’는 온라인 언어), 부장님들은 뜨끔했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9월 25일부터 10월 5일까지 11일 동안 ‘가을 관광주간’을 시행한다고 2일 발표했다. 문체부와 제휴를 맺은 전국 3700여 개 기업과 숙박업소 등은 이 기간에 대대적 할인행사에 들어간다. 전국적인 ‘관광세일’을 실시해 연중 상시 휴가문화를 정착하고 내수 활성화를 꾀하자는 의도다. 그러나 직장인들은 여름휴가를 다녀온 지 한 달 만에 또 가을휴가를 가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주간의 주관 부서인 문체부에서조차 “김종덕 장관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직원들은 관광주간에 지방출장이 있어서” 가을휴가를 못 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가 휴가 장려 공문을 보내 관광주간에 동참시키겠다는 일선 공무원들 역시 “여름휴가 5일 붙여 쓰기도 눈치 보이는데 가을휴가는 더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군다나 이번 관광주간은 중고교의 2학기 중간고사 기간과 겹친다. 시험을 보는 자녀가 있는 가정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휴가를 떠날 수 있을까.

문체부는 각 부처와 공공기관의 휴가 사용을 장려하고, 기업체에는 협력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휴가를 보내는 조직에 인센티브를 준다거나 하는 구체적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각 부처 장차관과 공공기관장의 솔선수범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올해 처음 도입된 관광주간은 5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5월 관광주간은 세월호 참사로 사실상 무산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이 첫 시도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봉급생활자들에겐 이름뿐인 관광주간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최고야·소비자경제부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