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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SNS 공간의 ‘침묵의 나선’

입력 | 2014-08-28 03:00:00


솔로몬 애시라는 심리학자가 흥미로운 심리실험을 했다. 검은색 직선 하나가 그어진 카드를 주고 검은색 직선 세 개가 그어진 다른 카드에서 길이가 같은 선을 고르라는 실험이었다. 정답은 2번이었지만 짜인 각본에 따라 참여한 가짜 참가자들은 모두 1번이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진짜 참가자도 자신의 시력이 나쁘거나 판단이 틀린 것이 아닐까 걱정하며 다수 의견에 따라 1번을 정답이라고 지목했다.

▷사람은 아무리 타당한 의견이라도 주위 사람 대부분이 반대하는 견해라고 생각하면 침묵하는 경향이 있다. 다들 짜장면을 시킬 때 나 혼자 짬뽕을 주문하긴 쉽지 않은 일이다. 독일 언론학자 엘리자베트 노엘레노이만은 이렇게 침묵하는 사람으로 인해 여론 형성이 나선 또는 소용돌이처럼 어느 한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을 ‘침묵의 나선’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 방향으로 쏠린 여론은 실상을 반영하지 못한다. 선거 때 여론조사와 투표 결과가 다른 것은 침묵하던 사람들의 의견, 즉 ‘숨은 표’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침묵의 나선’ 이론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도 작동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페이스북 친구들과 견해가 비슷하다는 사람이 에드워드 스노든 폭로 사건에 대한 온라인 대화에 참여할 확률은 견해가 다르다는 사람보다 약 2배가 높았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의 최근 보고서에서다. 온라인상에서 논쟁을 피하려는 사람들은 직장에서나 친구와의 대화에서 논쟁적인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였다.

▷다음 아고라나 일간베스트 같은 사이트를 보면 인터넷 공간에서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현상은 우리나라가 훨씬 더한 것 같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김영오 씨의 단식을 지지하는 댓글 수백 개가 붙은 공간에서 김 씨의 행동을 비판하는 의견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SNS든 실제든 끼리끼리 모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아무리 SNS 시대라 해도 SNS 여론이 전체 의견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목소리 큰 일부에 대해 다수 국민은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