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수 논설위원
진보 교육감들이 시작한 무상급식에 올해 2조6000억 원의 예산이 든다.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누리과정에는 올해 3조8000억 원이 든다. 누리과정은 부모의 소득과 재산에 관계없이 3∼5세 아이가 있으면 무조건 월 22만 원씩 주는 것이다. 무상급식보다 예산이 더 많이 들지만 당초 내걸었던 출산율 제고 효과는 불확실하다.
자칭 보수와 진보들은 상대방의 정책은 포퓰리즘이고 자신의 정책은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별 차이가 없다.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교육에 보수 진보가 어딨나?”라고 한 것이 솔직한 말이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 분야 국정과제는 입시 위주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중학교 자유학기제’ 말고는 선행학습 금지 등 금지와 축소만 있지 대안이 별로 없다.
혁신학교는 그동안 성과를 보면 박근혜 정부의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실천하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주제를 정해 교과 체험 토론 독서를 연계하는 프로젝트 수업, 경쟁과 주입보다 협동과 토론을 강조하는 창의인성 교육은 널리 확산시킬 만하다. 부모들은 국영수 성적 걱정을 할지 몰라도 아이들은 학교 다니는 것을 즐거워한다. 대전 경북 등의 보수 교육감들도 혁신학교를 도입 또는 확대하기로 한 건 이 때문이다.
혁신학교인 경기 의정부여중 학생들은 당돌하게도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정책’을 교육감에게 제시하고, 그중 ‘9시 등교’를 관철시켰다고 한다. 나는 9시 등교에는 반대하지만 우리 교육이 추구할 방향은 이런 ‘당돌한 아이들’ 기르기라고 생각한다. 자기주장이 없는 사람은 도전정신과 창의성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에는 ‘패러다임 시프트’에 비견할 만한 개혁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하자면 교육이 주입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영수 문제를 못 풀면 사람 취급 못 받는 교실을 바꾸고, 다양한 능력과 소질을 계발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과 트랙(track)을 다각화해야 한다. 군인의 23%가 관심병사고, 학교를 떠나 거리에서 헤매는 청소년이 28만 명이다. 청소년들의 다양한 욕구와 정서를 학교와 제도권이 품지 못하기 때문이다.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것은 그들이 예뻐서도, 보수가 분열해서도 아니다. 교육이 이래서는 안 된다,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