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의 죄과에 관심… 문학통해 독일의 어두운 과거 성찰
판사이자 법학교수 출신인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나치가 저지른 범죄를 파고들며 과거사를 반성하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시공사 제공
슐링크는 나치 독일의 죄과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과거사 반성을 작품의 주요 모티브로 삼는 작가다. 이미 추리소설 첫 작품에서도 한 수사관이 나치 독일에 맞서는 내용을 다뤘으며, 이것이 그의 평생 화두가 돼 많은 작품에서 독일인의 과거사에 관한 반성, 전후 세대로서 전쟁세대가 행하고 감춘 범죄를 드러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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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링크는 이 작품으로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이탈리아 문학상, 독일 일간지 ‘디 벨트’ 문학상, 하이네 문학상, 프랑스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 핀란드 문학상, 남아공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특별문화상도 수상했다. 그러나 그 뜻을 알고 주었을까. 일본에서 요즘 국수주의가 흐르는 것을 보면 이런 과거사 참회의 소설은 당분간 등장하기는 힘들 것 같다.
작품 ‘귀향’(2006년)에서 한 소년은 방학 때마다 스위스에 있는 외할아버지 댁에 갔다가 연습장으로 얻은 통속소설 편집원고 파지를 읽고 호기심이 일어 그 작가를 찾아 나선다. 소년은 어머니가 침묵으로 일관했던 잃어버린 아버지가 그 작가임을 발견한다. 아버지는 열렬한 나치 추종자였으며 전후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다가 미국 컬럼비아 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아들은 뉴욕타임스에 아버지의 존재를 폭로하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승승장구한다.
이 소설 역시 독일의 과거를 알리기 위해 평생을 헤매고 죄 많은 아버지를 발견하고 죄상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아버지가 러시아 포로수용소에서 귀국하는 도중 동료까지 배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미국으로 간 아버지를 찾아 미국과 독일을 오가는 자신과 아버지를 오디세이 귀향에 비유해 묘사하고 있다. 독일사의 흐름도 오디세이의 여정 같다는 비유이기도 하다.
슐링크 작품은 중편집 ‘사랑의 도피’(2000년), 독일 과거 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해 토론까지 열게 한 에세이집 ‘과거의 죄’(2007년), 테러리스트 그룹을 다룬 장편소설 ‘주말’(2008년), 소시민의 일상생활을 다른 소설집 ‘여름 거짓말’(2012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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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옥 심사위원은…
문학평론가. 독일 에를랑겐 뉘른베르크대 문학박사. 저서로 ‘한국문학과 작가 작품론’ ‘프리드리히 쉴러―그의 삶과 문학’ ‘서재 여적’ ‘독일문학사’ 등이 있다. 고려대 중앙도서관장, 고려대 교수협의회장, 한국독어독문학회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