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안내책자의 경제학… 한 페이지당 매출 4억원 달해 바이어 사진 넣어 신뢰감 주기도… ‘입소문’ 겨냥 강남 미용실도 비치
주요 유통업체들은 명절마다 130∼160페이지 정도의 선물 가이드북을 내놓는다. 이 책은 얼핏 보면 단순한 상품 화보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가이드북 한 권에 들어 있는 상품들이 올리는 매출은 보통 5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가이드북 한 페이지에서 3억∼4억 원의 매출이 나오는 셈이다. 가이드북을 보고 선물을 대량으로 주문하는 명절 시장의 ‘큰손’ 기업들과 그보다는 못하지만 상당한 매출을 올려주는 개인 고객들이 생각 외로 많다.
이런 특성 때문에 때로는 가이드북이 조직의 역량을 키우는 장(場)이 되기도 한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130페이지, 5만 부 발행규모의 추석명절 가이드북을 만들면서 ‘20억 원짜리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20억 원어치 매출을 올려야 하는 가이드북 5장을 입사 4, 5년차 주니어 바이어들에게 맡기기로 한 것이다. 정지선 회장이 늘 강조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 문화’를 실천하기 위해 10년차 이상 베테랑 바이어가 하던 일을 사원-대리급 직원에게 시도하게끔 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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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은 155페이지짜리 가이드북을 1만6000부, 요약본인 50장 카탈로그는 6만 부 발행했다. 테마는 ‘안심 마케팅’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고객들을 위해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 키운 한우와 청정해역에서 잡아 올린 수산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는 특히 명절 선물세트의 대표적인 품목인 청과와 수산식품 소개란에는 바이어 얼굴 사진을 넣었다.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다.
신세계백화점은 전통주 이야기를 2만 부가량 발행하는 추석 가이드북 맨 앞에 배치했다. 올해 추석에 전통주 붐을 일으켜 보겠다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렇듯 백화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가이드북은 어디로 갈까. 한 백화점 관계자는 “기업과 우수고객은 물론이고 서울 강남의 유명 미용실에도 꼭 비치해 둔다”며 “강남 미용실 입소문이 명절선물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