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혁명]<上>스토리가 있는 직거래 쇼핑몰 포도수확 모습 詩형태로 설명하고… 벌레사진 보여주며 무농약 입증 기존 6, 7단계 유통거품도 걷어내… 먹거리 관심 소비자들 큰 호응
‘내 고장 구월은 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십수해를 지나 익은 말들이 알알이 들어와 박혀/(중략)/풍뎅이와 비암(뱀)들이 한 앙큼 노나 먹고/남은 것을 소쿠리에 담는다.’
포도식초를 판매하는 농산물 온라인 유통회사인 ‘둘러앉은 밥상(둘밥)’은 인천 중구 무의도의 농장인 실미원에서 포도를 수확하는 과정을 자작시(詩)의 형태로 온라인 쇼핑몰(www.doolbob.co.kr)에 소개했다. 밭에 있는 잡초와 달팽이까지 보여주며 신순규 농부 일가가 ‘무농약, 무비료, 무제초제’로 포도를 재배하는 과정을 상세히 담았다.
둘밥을 운영하는 한민성 대표(33)는 20세 때 농촌에 무전여행을 갔을 때 농가에서 다 같이 ‘둘러앉아서’ 밥을 얻어먹었던 걸 떠올리며 창업을 했다. 당시 농가 가족들이 농산물 재배 과정을 이야깃거리 삼아 밥을 먹던 데에서 착안했다.
둘밥은 농산물 재배 과정과 농산물에 대한 지식, 요리법 등을 잡지처럼 소개한다. 농산물과 함께 일종의 ‘애그리콘텐츠(agri-contents·농업+콘텐츠)’를 판매한다. 원산지와 재배 과정 등에 신경 쓰는 소비자들이 이런 방식의 판매를 선호한다.
특히 둘밥은 직거래를 통해 ‘농부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싸게 사는 쇼핑몰’을 지향한다.
“농산물이 6, 7개의 유통 단계를 거치며 소비자가격이 10배까지로 부풀려져요. 심지어 전남 순천시에서 수확된 감의 상당수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올라와 경매됐다가 다시 전남지역에 내려와 팔리는 모순도 봤습니다.”
한 대표는 소비자가 믿고 살 만한 농산물인지 깐깐하게 살펴본다. 한 달에 보름 이상을 지방 농가들을 돌면서 농가에서 숙식한다. 불시에 농가를 방문해 농약 사용 여부를 살피는 등 최소 반년을 현장 투어에 쓴다.
한 대표는 “좋은 농산물을 소비하려는 도시인과 정직한 농부들을 연결해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