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들어온 불량 철근과 H형강 등 철강 제품이 ‘짝퉁 국산’으로 둔갑해 국내 건설현장에 대규모로 유통됐다는 어제 동아일보 보도는 충격적이다. 감리가 철저하지 않은 소규모 빌라 공사나 공장은 물론이고 정부가 ‘명품’ 산업단지 조성을 다짐한 경기 안산시의 시화복합기술단지에도 건축비 절감을 위해 중국산 짝퉁 철강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제품보다 낮은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산 철강 수입이 급증하면서 올 상반기 국내시장 점유율은 23%를 넘었다. 중국 제품이라고 모두 불량품은 아니지만 상당량은 품질이 국내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 현대제철과 대한제강은 자사(自社) 상표를 위조해 찍은 중국산 철근 4000t을 수입해 판매한 철강수입업체 S사 대표와 임직원을 지난달 검찰에 고소했다. 중량이 기준치보다 13.5%나 적은 불량품으로 철 함유량이 적고 하중을 견디는 힘이 약해 자칫 대형사고가 날 위험도 없지 않다. 올 2월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주 마우나리조트도 규격 미달의 중국산 철강이 사용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사고 이후 5월 개정된 건설기술진흥법은 철강 등 건설자재 및 부재의 품질 안전성 확인 의무를 사용자뿐만 아니라 생산자 수입자 판매자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법만 덜렁 만들었을 뿐 달라진 게 없다. 현대제철과 대한제강 제품으로 위장한 중국산 철근 4000t은 안전시험을 거치지 않았다. 5월 말∼6월 말 수입된 중국산 H형강 8만8500t은 1770건이 품질검사 대상이지만 검사 건수는 4.4%인 77건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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