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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청문회 자리 앉는 순간, 죄인”

입력 | 2014-08-20 03:00:00

‘인사검증’ 관훈클럽 세미나
“軍면제 위원들이 병역의혹 따지고 준법 외치더니 비리로 의원직 상실”




정운찬 전 국무총리(왼쪽에서 세 번째)가 19일 관훈클럽 세미나에 참석해 총리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난산(難産)의 고통을 복기하는 심정으로 인사 청문회 경험담을 들려드립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68)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세미나 ‘인사 검증 보도의 현주소와 개선점’에 참석해 ‘내가 경험한 청문회와 언론 보도’를 발표했다.

정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9월 총리 후보자로 국회 인사 청문회장에 섰다. 그는 “청문회 현장에서 생애 최초의 자괴감과 모멸감을 느꼈다. 마치 피고석에서 전과 유무를 추궁당하는 느낌이었다”며 “내가 어떤 역량을 키워 왔고, 어떤 비전으로 국정에 임하려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구석구석 털어서 죄인을 만들자는 자리 같았다”고 돌아봤다.

정 전 총리는 청문위원의 자질도 문제 삼았다. 그는 “나는 부선망(父先亡) 독자여서 군대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내 병역 기피 의혹을 질타한 야당 청문위원 4명 중 3명이 병역 미필자였고, 법을 지키라고 언성을 높인 위원은 청문회 바로 다음 날 의원 자격이 박탈됐다”고 했다. 당시 야당 남성 청문위원은 모두 5명이었고, 이 중 군 면제자는 3명이었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일정이 마무리되던 날인 2009년 9월 24일 단국대 이전사업과 관련해 거액을 받은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정 전 총리는 “세상엔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추한 사람 3종류가 있는데 잘 모르는 사람과 일해야 할 땐 일단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시작하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국회와 언론은 (후보자에 대해) ‘네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증명할 수 있어?’ 이런 식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은 인사 검증 보도 내용이 후보자의 공직 수행 능력과 관련이 있음을 기사에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KBS의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보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 교수는 “KBS는 총리의 역사관이 공직 수행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짚어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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