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사이버사령부의 인터넷 정치글 사건을 수사해 온 국방부 조사본부가 어제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놨다. 120여 명의 사이버사 대북심리전단 요원이 2012년 12월 대선 기간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7100여 건의 정치성 글을 인터넷에 올렸지만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고, 국가정보원 등과 연계한 조직적 대선 개입도 없었다는 게 요지다. 10개월에 걸쳐 수사를 하고도 결국 군 수뇌부 등 ‘윗선’을 보호하기 위해 꼬리 자르기 식으로 끝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주는 발표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연제욱, 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을 정치관여 특수방조 혐의로 형사 입건했으나 ‘군의 정치 중립’이라는 헌법정신을 훼손시킨 책임은 이모 전 대북심리전단장 한 사람에게 돌리고 마무리했다. “단장의 부당한 지시와 요원들의 위법성 인식 부족으로 일부 특정 정당 및 정치인들을 (인터넷 글에) 언급했고, 사령관들은 이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이 전 단장을 ‘극우·보수 성향’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 사건이 3급 군무원의 개인적 일탈 행위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실장이 국방부 장관 시절 두 전직 사령관으로부터 1쪽짜리 ‘작전 개요’만 보고받고 정치 관여는 보고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방부 직접 조사도 없이 ‘면죄부’를 받은 것은 더 납득하기 어렵다. 윤모 일병 사망 사건 때 김 실장이 구타 사실만 보고받고 엽기적 가혹행위는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면책된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는 북한 무인기의 청와대 상공 침투사건 때도 제때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장관으로서 주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번번이 보고받지 못했다면 장관 자격이 없었다는 얘기다. 부하들의 보고 누락에 농락당했던 김 실장이 국가안보 컨트롤타워라는 더 큰 역할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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