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국립서울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DJ) 5주기 추도식에 배치된 북한 김정은의 조화(弔花)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김대중평화센터 등 행사 주최 측은 추도식장 입구 왼쪽과 오른쪽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이 보낸 조화를 각각 배치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조화는 김정은의 조화 옆에 놓았다. 박 대통령 등의 조화와 달리 김정은의 조화만 유독 북한이 보낸 레드카펫 위에 올려져 따가운 시선을 모았다.
주최 측은 김정은의 조화를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의 조화보다 상석(上席)에 배치한 데 대해 “북한의 현직 지도자인 만큼 의전상 배려했다”고 밝혔다. 다수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궤변이다. 김정은은 6·25전쟁을 비롯해 숱한 대남(對南) 침략과 테러를 자행한 북한 3대 세습 독재정권의 최고 실력자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이 아무리 크다 해도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정권의 반(反)민족적 폭정, 참혹한 인권유린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김정은의 조화만 레드카펫 위에 모신 것 같은 모습이어서 실질적으로는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 조화보다 더 예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5년 전 DJ 국장(國葬) 때는 이명박 대통령의 조화가 최상석에 배치되고, 김정일의 조화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사이에 놓았다. 이것만 봐도 이번 조치는 김정은에 대한 과공(過恭)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북한이 DJ 측에 김정은의 조화를 받으러 북으로 오라고 부르고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DJ의 둘째아들 김홍업 전 의원이 17일 개성공단을 찾아가 받아온 것도 우리 예법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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