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탕 30년/우샤오보어 지음, 박찬철·조갑제 옮김/943쪽·4만3000원·새물결
유명해진 그의 제품은 샤즈 과즈, 즉 바보네 씨앗이란 상표로 팔렸고 그는 노동자 12명을 고용했다. 하지만 1982년 중국에서 자본가 논쟁(마르크스 이론에 따르면 8명 이상 고용하면 자본가의 노동 착취가 일어난다는 것)이 일어나며 녠광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그를 공개적으로 3차례나 칭찬했고 중국 제일의 상인이 됐다.
1984년 35세의 장루이민은 파산 직전인 산둥 성 칭다오의 한 전자공장 공장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가 이 공장에서 처음 지시한 첫 번째 규칙은 “공장 내에서 아무데서나 대소변을 봐선 안 된다”였다. 그리고 회사의 불량품 70여 대를 관행대로 염가에 처리하지 않고 부숴버렸다. 이 같은 자본주의 방식의 도입으로 장루이민은 중국 최대의 전자제품 업체인 하이얼을 키워냈다.
구체제가 완전히 해체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기업가들은 단호한 결단과 금기를 타파하는 과감성을 내세워 사업을 밀어붙였고 결국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원동력이 됐다. 고 정주영 회장이 현대중공업을 세울 때 영국에 가서 “여기 조선소를 짓고 배를 만들어 납품할 테니 돈을 빌려 달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의 에피소드들이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