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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파리넬리 스승 포르포라가 카톡했었다면…

입력 | 2014-08-12 03:00:00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하다 보면 뜻밖의 사람들끼리 알고 지내는 데 놀랄 때가 많습니다. ‘어, 저 사람은 업무상 아는 분인데 내 고등학교 동창과 어떻게 친하지?’라는 식입니다. 여섯 단계만 거치면 모든 인류가 아는 사이라는 ‘링크’ 이론도 있지만, 세상이 새삼 좁게 느껴지곤 합니다.

음악가들의 생애를 살펴보아도 여러 대가의 일화와 관련해 톡톡 튀어나오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아마데우스’로 유명한 살리에리도 오래전부터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위인전에 명(名)음악교사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었습니다. 니콜라 포르포라(1686∼1768·사진)도 그런 인물 중 한 사람입니다.

영화 ‘파리넬리’를 본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주인공 파리넬리의 스승으로 나오니까요. 그는 명성악교사이자 오페라 작곡가였습니다. 영화가 묘사하듯 그와 헨델의 라이벌 관계는 유명했습니다. 런던의 사교계가 헨델 오페라의 맹위에 대항하기 위해 그를 초청하기도 했죠. 파리넬리가 스승 포르포라 앞에서 헨델의 아리아를 부르는 영화 장면은 허구이지만, 포르포라는 헨델과도 잘 알고 지냈음이 분명합니다.

그의 삶에는 또 한 사람의 큰 인물이 등장합니다. ‘교향곡과 현악사중주의 아버지’인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입니다. 하이든은 10대에 포르포라의 비서로 채용됩니다. 훗날 하이든은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고 딱 잘라 말하면서도 “포르포라 덕에 작곡과 이탈리아어를 아주 잘 배울 수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한 사람이 또 있습니다. 포르포라는 1725년부터 베네치아에 머물며 성악교사로 활동했는데 보육원 겸 음악학교인 ‘피에타’에서도 가르쳤습니다. ‘붉은 머리 신부’ 비발디가 피에타 음악활동의 책임을 맡고 있던 시기입니다. 연약하고 온화했다는 비발디와 ‘좋은 사람 아닌’ 포르포라가 서로 잘 지냈는지 궁금해집니다.

만약 포르포라의 시대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카오톡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포르포라와 헨델, 하이든, 비발디, 파리넬리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때로 ‘뒷담화’도 하지 않았을까요. 포르포라의 328번째 생일(8월 17일)을 기다리며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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