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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 스포츠에서 자주 언급되는 게 '과대평가(overrated)'와 '과소평가(underrated)'다. 선수 및 감독 뿐 아니라 팀도 해당된다.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댈러스 카우보이스는 대표적인 과대평가 팀으로 꼽힌다. 댈러스의 마지막 슈퍼볼 우승은 18년 전인 1996년이다.
이제는 살아있는 전설이 된 뉴욕 양키스 유격수 데릭 지터도 오랫동안 과대평가됐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명문 뉴욕 양키스라는 우산 아래서 월드시리즈 5차례 우승 멤버가 되면서 기량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이 많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메리칸리그에는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노마 가르시아파라(보스턴), 미겔 테하다(오클랜드) 등 쟁쟁한 유격수가 많았다. 이들과 비교하면 지터의 공격력이 가장 처졌다. 하지만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로드리게스와 테하다는 약물의 힘을 빌렸다는 게 드러났다. 가르시아파라는 잦은 부상으로 가장 먼저 현역에서 물러났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지터와 달리 과소평가된 선수다. ESPN 베이스볼 투나잇의 해설자 덕 글랜빌(44)은 "류현진은 다저스 마운드에서 가장 Underrated된 선수"라고 단언했다. 텍사스에서도 활동한 글랜빌은 명문 아이비리그 펜실베이니아 대학 출신이다. 말 재주와 글 솜씨도 겸비해 뉴욕 타임스 객원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한다. 글랜빌은 "다저스에서는 현역 최고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가 있고 사이영상 수상자 잭 그링키가 있어 류현진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파묻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기량은 메이저리그의 정상급 투수다. 고비마다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있는 스토퍼 역할을 한다"며 LA 에인절스전 승리 이후 이 같은 칭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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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과소평가를 받는 이유는 일단 명성에서 커쇼와 그링키에 뒤진다. 커쇼는 올해도 사이영상이 유력하다. 다저스 투수로는 '황금 왼팔' 샌디 쿠팩스 이후 이미 두 번 사이영상을 받았다. 그링키도 2009년 사이영상을 받은 데다 6년 1억 4700만 달러 계약으로 역대 오른손 투수 가운데 최고 몸값을 자랑한다. 또 하나가 선발투수로서의 이닝 피칭과 삼진이다.
류현진은 올해 22차례 선발로 등판해 7이닝 이상을 책임진 게 9번이며 삼진은 115개다. 커쇼는 5차례 완투 등 7이닝 이상을 던지지 못한 게 19번 등판에서 4회에 불과하다. 그링키도 24회 등판에서 10번을 7이닝 이상 던졌다. 완투는 없다. 커쇼(163개), 그링키(164개)는 이닝 당 한 개 이상의 삼진을 빼앗고 있다. 류현진이 시카고 컵스, LA 에인절스전 후 인터뷰에서 "7이닝을 던진데 만족한다"고 강조한 이유가 바로 커쇼와 그링키와 견줘서 책임지는 이닝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홀로 마운드를 지켰지만 다저스에 입문해서는 불펜을 너무 믿고 있다.
한편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10일 미네소타에서 트레이드해 온 우완 케빈 코레이아(34)를 12일 애틀랜타와의 방문 경기 첫 판에 선발로 기용한다고 밝혀 류현진의 등판은 5일 휴식후가 되는 14일이 된다. 코레이아는 제5선발과 롱 릴리프로 활용할 수 있는 마운드의 스윙맨이다. 다저스는 지난 달 30일 애틀랜타전 이후 18일 밀워키 브루어스 홈경기까지 휴식 없이 20연전의 강행군을 펼치는 일정이다. 선발 투수들에게 평소보다 하루 더 휴식기간이 필요할 때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