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 프란치스코 교황, 스칼파리 외 지음·최수철, 윤병언 옮김 232쪽·1만2800원·바다출판사
약 한 달 뒤인 9월 11일 ‘라 레푸블리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편지가 실렸다. 교황이 언론인에게 편지를 쓴 것은 처음이었다. 답장이 왔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그 내용은 더 놀라웠다. “나는 다른 사람을 개종시킬 마음이 없습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을 따릅니다.” “진리는 하느님이 예수 그리스도로서 우리에게 품고 있는 사랑입니다. 따라서 진리는 관계입니다!”
교황의 파격적인 편지는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드디어 권위의 관을 벗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칭송과, 교황이 쓴 편지가 맞느냐는 의심이 교차했다. 그 무렵 스칼파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교황이었다. 순간 정지 상태가 된 스칼파리에게 교황은 말했다. “당신의 생각을 더 알고 싶으니 직접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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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교황의 편지를 둘러싼 논의가 두루 담겨있다. 1부에는 스칼파리가 교황에게 던진 질문과 교황의 답장, 2부에는 ‘라 레푸블리카’ 지면 위에서 펼쳐진 세계 지성인들의 토론이 실려 있다. 에우로 다치오 ‘라 레푸블리카’ 발행인은 이렇게 말했다. “교황은 무신론자들의 양심의 가치도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또 계율의 교회에서 복음의 교회로 돌아가려는 의지와, 단죄보다는 관용을 호소하는 교회 본연의 임무를 되새기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