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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스트레스로 ‘쉰 소리’… 복식호흡 연습하자 ‘장군 소리’

입력 | 2014-08-04 03:00:00

[기자 체험 클리닉]<13>손상된 목소리 교정




김승련 채널A 기자(왼쪽)가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음성클리닉에서 최홍식 이비인후과 교수로부터 인후두 부위를 검진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기자는 동아일보에서 채널A로 옮겨 근무한 지난 2년 동안 550회 정도 생방송을 진행했다. 1회 평균 70분 분량이었다. 기자의 음성은 상대적으로 톤이 낮고, 부드러운 편이다. 방송 초기엔 주위에선 ‘너무 차분해 지루하다’는 말을 들었다. 또 방송뉴스 리포트를 제작하면서 음성을
입힐 때 지적을 자주 받았다. “폭탄이 터지는 군사훈련이 영상으로 나가지만 정작 나긋한 다큐멘터리 음성 같다” 는 평가도 들었다. 더 파워가 필요하고, 높은 톤을 요구받았던 것이다. 》

나름대로 찾아낸 해법은 방송에서 구호 외치듯 큰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분석적인 설명을 할 때도 목청을 무리하게 짜냈다. 그러는 2년 동안 목은 서서히 지쳐갔고, 쉰 소리가 느껴졌다. 어쩌면 자초한 일이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이때 누군가가 목소리가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고 했다.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았다. 지난달 9일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음성클리닉의 문을 두드렸다.

○ “목소리 정상인데요?”

음성클리닉에서 가장 먼저 전자장비로 목소리를 평가받았다. 성량은 충분한지, 성대가 적절하게 접촉하면서 소리가 나는지 측정했다. 당초 예상했던 것은 “목 관리를 왜 이렇게 했느냐. 목소리 갈라졌다. 성대가 많이 상했다”는 답이었다. 하지만 임성은 언어치료사는 “(다른 환자와 비교할 때) 전 영역에서 정상 수치”라고 답했다. 의외였다.

임 치료사는 목소리를 주로 사용하는 직업의 기자에게 다양한 주의사항을 제시했다. 우선 속삭이는 언어습관도 좋지 않다고 했다. 성대가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헛기침을 하거나 ‘흐흠∼’ 하면서 목청을 가다듬는 것 역시 성대가 과도하게 충돌해 큰 부담을 준다고 했다. 또 잠자기 전에 음식을 먹는 것도 안 좋다. 위산이 잔뜩 분비되는데 침대에 눕게 되면 위산이 목으로 올라와 성대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야식과 밤참은 목소리의 적이라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세 가지 모두 기자의 습관에 일치했다. 어쩌면 방송에서의 무리한 ‘샤우팅’만이 목소리 손상의 원인이 아닌 게 분명했다. 이비인후과 최홍식 교수가 기자의 성대를 영상에 비췄을 때도 같은 결과를 목격했다. 위산 탓인지 성대 위쪽이 만성적으로 붓고 충혈돼 있었다.

○ 복식호흡, 생애 첫 연습

약은 처방받지 않았다. 그 대신 클리닉에선 가슴이 아니라 배로 숨쉬는 복식호흡 훈련을 권했다. 발성량도 늘리고, 힘 있고 자신감 있는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성악가나 가수의 영역으로만 여겼던 복식호흡을 클리닉에서 남도현 교수의 도움으로 연습해 봤다. 잠깐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귀가한 뒤 큰 기대 없이 연습해 봤다. 손을 가슴에 얹고 코로 숨을 들이쉬면서 가슴이 아니라 배를 불룩 부풀렸다. 잠시 쉬었다가 입으로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1, 2분이 흘렀다. 이후 열흘 넘게 생각날 때마다 해 봤다. 사무실에서도 해 봤고, 잠자리에 들 때 누워서도 해 봤다. 번거로웠고, 반짝 효과는 없었다. 하지만 한두 달 습관을 붙이면 새로운 호흡법이 내 몸과 체질을 바꿔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 턱을 당기고 말하는 것 중요

남 교수와 마주 앉아 일대일 트레이닝을 받았다. 일반 환자가 클리닉을 찾으면 이런 치료는 통상 40분 지속된다. 건강보험 적용 없이 5만∼6만 원은 지불해야 한다. 기자는 20분 속성과정으로 경험했다. 남 교수는 “훈련하면 된다. 발성도 반복 연습으로 고칠 수 있고, 힘 있는 소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리와 턱의 바른 자세를 갖춰 내가 타고난 성대의 마찰과 울림을 최적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가장 큰 지적은 턱의 위치에 관한 것이었다. 남 교수는 “드라마 속 내시(內侍)의 전형적 자세는 우연이 아니다. 턱을 내밀면 음성이 가늘어지고, 턱을 당기면 장군 소리를 낼 수 있다. 턱을 당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치의 한마디]“빨리 먹는 것도 인후두에 무리… 식습관 바꿔야”▼


최홍식 강남세브란스 음성클리닉 소장

김승련 기자는 목소리가 쉽게 잠기고 목 안에 무엇이 걸려 있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후두내시경검사, 음향검사, 공기역학검사 등을 진행한 결과 ‘역류성 인후두염’이 의심됐다.

인후두염이 심하면 위산이 역류해 침에 스며들게 된다. 그 부위가 허옇게 부어 오르고 성대 점막도 부분적으로 충혈된다. 이 때문에 쉰 목소리가 나고, 침을 삼킬 때 목 안에 무엇인가 걸린 듯한 증상이 생겼던 것이다.

앵커를 하면서 목을 무리하게 사용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음식을 먹는 습관도 증상을 악화시키는 데 한몫했다.

음식물을 넘길 때는 식도를 열고 닫는 ‘상하부 식도괄약근’을 사용한다.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천천히 먹어야 하는데, 빨리 먹는 식습관이 있을 경우 인후두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김 기자는 목소리 클리닉을 받는 동시에 음식양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래야 위산 역류와 호흡기 점막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체중을 1∼2kg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은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게 좋고 고카페인 음료나 커피는 삼가는 것이 좋다.

최홍식 강남세브란스 음성클리닉 소장







김승련 채널A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