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 딸을 위해 평생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한 아버지는 최근 암과 싸우고 있다. 이보미(코카콜라)는 투병 중인 아버지를 생각하며 더 힘을 냈다. 결국 그녀는 27일 시즈오카현 이즈오히토 골프장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센추리21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트로피를 거머쥔 이보미는 눈물을 흘렸다. 사진제공|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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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PGA 센추리21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 우승
“아빠, 저 우승했어요. 빨리 일어나서 다시 제 옆을 지켜주세요.”
이보미(26·코카콜라)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센추리21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총상금 6000만엔·우승상금 1080만엔)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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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보미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해온 부친 이석주(56)씨가 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4월부터 투병 중이었지만, 일본에서 투어 생활 중인 이보미는 최근에서야 그 사실을 들었다.
그녀는 실의에 빠졌다. 아빠가 자신의 뒷바라지만하다 건강을 잃은 게 아닌가하는 자책감에 가슴이 더 아팠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투어를 중단하고 아빠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눈물을 참아가며 일본에서 투어생활을 계속했다. 힘들고 가슴이 아팠지만 누구에게 속내를 털어 놓을 수도 없었다. 당연히 골프채가 손에 잡히지 않았고, 경기에 나가는 것조차 힘겨웠다. 그래도 투병 중인 아빠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아빠에게 꼭 우승트로피를 안겨 힘을 드리겠다고 눈물로 다짐했고, 그 간절한 소망은 마침내 이뤄졌다.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이보미는 가장 먼저 아빠를 떠올렸다. 시상대에 선 이보미는 “오직 아빠만을 생각하며 경기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아빠를 위해 꼭 우승하고 싶었고, 아빠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드릴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 내 우승이 아빠에게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다행히 잃어버렸던 미소도 조금씩 되찾아 가고 있다. 아빠에게 힘이 되기 위해선 더 열심히 해서 기쁨을 드리는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이보미는 우승 직후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처음에는 아빠가 편찮으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나 때문인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팠다. 늘 건강하셨기에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오늘도 경기하면서 계속 아빠 생각뿐이었다. 혹시 우승하지 못하면 아빠가 실망하실 것 같았고, 아빠를 걱정 하느라 우승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 더 집중했다.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 우승트로피를 아빠에게 전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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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