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시절 함경도 지방 무관 인수인계 용도 ‘해유문서’ 공개
국립중앙도서관이 21일 공개한 조선 정조 때의 해유문서(解由文書). 길이 6.7m(세로 80cm)에 달하는 이 문서에는 각종 무기류와 군량미 등 총 350여 항목에 이르는 물품 명세가 세밀히 기록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편전(片箭)은 명쾌하고 신묘하고 강력해 이를 따를 활이 없다.”
편전은 짧은 화살을 뜻한다. 일반 화살인 ‘장전(長箭)’은 길이 85cm 내외지만 편전은 30cm에 불과해 ‘아기살’로도 불린다. 대나무를 반으로 쪼갠 통아(桶兒)에 넣어 쏜다. 때문에 적군은 화살을 쏘는지가 잘 보이지 않아 방어하기가 어렵다. 또 사격거리가 500m 안팎으로 일반 활보다 2배가량 길다. 통아가 없으면 적이 재사용할 수도 없다. 이 같은 ‘편전’이 북방의 여진족을 막는 조선의 주요 병기로 적극 활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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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유문서를 분석한 결과 편전 670개를 비롯해 기마부대를 무력화시키는 지뢰 역할을 하는 마름쇠(쇠못 종류) 4997개, 무쇠탄환 1만4111개, 조총 343개 등 총 350여 항목의 물품 내역이 자세히 나와 있다. 또 5, 6발의 철환을 동시에 발사하는 조선시대 화포(火砲)인 ‘총통(銃筒)’도 대여진족 병기로 활용된 사실도 확인됐다.
육군사관학교 군사박물관 김성혜 부관장은 “조선 후기는 남방의 왜구보다는 북방의 여진족의 위협이 커지던 시기”라며 “이 문서는 북방 국경지역으로 총알(鉛丸)과 화약 등 화약병기가 다량으로 보급된 사실을 보여줘 여진족에 대비한 군사력의 실체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