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앞 시민광장 지하서 발견… 2013년 조형물 세우려 땅 파다 확인 보존대책 등 마련안돼 다시 덮어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조선시대 최고 관청 의정부 건물 터가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 광화문시민열린마당(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옆)에서 발견됐다. 사진 [1]은 현재 흙과 보도블록으로 덮어놓은 광화문시민열린마당 전경. 사진 [2]는 발굴조사 중 나타난 건물 흔적으로 왼쪽 ‘ㄱ’자 석축 유구가 뚜렷한 모습. 사진 [3]은 발굴 중 발견된 조선 전기 기와 파편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의정부 유구 발굴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는 한글마루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조선어학회 선열 상징조형물’을 세울 장소로 광화문시민열린마당을 택했다. 공사 전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매장문화재를 먼저 살펴보기 위해 조형물이 들어설 장소의 발굴조사를 겨레문화유산연구원에 의뢰했다. 연구원의 조사 중 지표면에서 약 1.2m를 파내려 가자 조선시대 건물 기초부와 기와들이 무더기로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문화재청에 이를 통보했고, 문화재청은 지난해 8월 23일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 회의를 열어 이 일대를 의정부 터 건물 추정지로 판단한 뒤 공사를 중지시키고 일단 원형대로 보존키로 했다. 매장문화재는 원형대로 보존하는 게 기본원칙일뿐더러 당장 대규모 발굴에 따른 경비 마련과 발굴 이후 보존 대책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발굴 지역을 다시 흙과 보도블록으로 덮었다. 조선어학회 선열 상징조형물은 세종문화회관 옆 세종로공원에 세우기로 방침을 바꿨다.
대한제국 시기인 1907∼1910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광화문외제관아실측평면도(光化門外諸官衙實測平面圖)’를 살펴보면 의정부 자리에 당시 내부(內部·내무부)가 들어서 있다. 평면도를 살펴보면 현재 발굴 지역에 건물 2동이 중첩돼 세워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전의 의정부 건물들이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아 현재 발굴된 유구의 성격을 명확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밝혔다.
이은석 문화재청 학예연구관은 “건물의 초석이나 기와들을 봤을 때 의정부 터는 확실하지만 워낙 좁은 지역이 발굴된 상태라 의정부의 어떤 건물인지는 더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정 서울시문화재연구팀장은 “발굴된 유구들은 현재 원 위치에 원형대로 보존돼 있으며 향후 광화문시민열린마당 전체에 대한 정비 계획이 수립되면 사전 발굴을 통해 의정부 터의 시대별 변화상이 더욱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