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처럼 여행하기/로버트 고든 지음·유지연 옮김/344쪽·1만6000원·펜타그램
인류학자의 여행은 뭐가 다를까. 인류학자는 현지인들과 뒹군다.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 한다. 그들과 어우러져 낯선 관습, 낯선 문화, 낯선 생각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인다. 그는 나그네일 뿐이다. 현지인에게 폐를 끼치면 실례다.
지은이는 미국 버몬트대 인류학과 교수다. 나미비아, 레소토, 남아프리카공화국, 파푸아뉴기니에서 주민들과 눈을 맞추며 살았다. 세계 수십 개의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의 여행은 낮고 겸손하다.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순진한 얼뜨기는 아니다. 그의 여행 경험 어록은 촌철살인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현지인과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라. 그들의 삶에 참여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라. 현대 여행자들은 디지털 전자기기로 재빨리 기록하고, 빨리빨리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담고 돌아선다. 어디서나 최단거리 경로만을 찾는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까지 미디어와 타인의 정보에 의존한다. 해외여행은 이제 ‘일종의 전달’이 되어버렸다. ‘경험을 경험하는 시대’가 되었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