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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거 野]백약무효 한화, 기다려주는 팬

입력 | 2014-07-16 03:00:00


▷프로야구는 시기별로 ‘왕조(王朝)’가 있었다. 1980년대의 해태(현 KIA), 2000년대 초반의 현대, 2000년대 후반의 SK, 그리고 요즘의 삼성이 왕조의 주인들이다. 빛과 어둠은 상존하는 법. 특정 시기에 혹독한 시련을 겪은 팀들도 있다. 1980년대 삼미(청보·태평양 포함), 1990년대 초반 쌍방울, 2000년대 초반 롯데, 그리고 최근의 한화가 그렇다. 1986년 창단 첫해 최하위(당시 빙그레)에 그친 것을 빼고 2008년까지 20년 넘게 꼴찌와는 거리가 멀었던 한화는 지난 5년 동안(8-8-7-8-9위) 4차례나 꼴찌를 했다. 올해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15일 현재 27승 1무 48패(0.360)로 8위 SK와의 승차는 3.5경기다. 한화는 이날 SK를 꺾고 최근 5경기에서 4승 1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만약 올해도 최하위에 그치면 4년 연속의 롯데(2001∼2004년)에 이어 연속 꼴찌 2위(3년 연속)가 된다.

▷지난해 ‘우승 청부사’ 김응용 감독(사진)을 영입하고도 프로 첫 9위의 수모를 당한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SK 출신 정근우와 4년 70억 원, KIA 출신 이용규와 4년 67억 원 등 자유계약선수(FA) 2명에게만 137억 원을 투자하는 화끈한 씀씀이를 과시했다. 적어도 올해는 꼴찌는 아닐 거라는 기대가 컸지만 달라진 건 별로 없다. 불명예 기록인 팀 평균자책점과 병살 등은 1위이고 득점, 안타, 홈런, 도루와 투수의 탈삼진은 9위다. 투타의 총체적 난국이다.

▷최근 한화는 불운도 겹쳤다. 꼴찌를 하고도 이듬해 최고의 신인을 뽑지 못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우선 지명권을 갖는다는 것은 꼴찌가 누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혜택. 프로배구와 프로농구의 경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끼리 ‘꼴찌 경쟁’을 하는 일도 종종 있다. 하지만 한화는 최근 2년 연속 최하위를 하고도 지명 순서에서 NC와 kt에 밀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신생팀의 전력 보강을 위해 우선 지명권을 줬기 때문이다. 한화 정영기 스카우트파트장은 “신생팀이 없었다면 지역 연고에 따른 1차 및 2차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통해 NC 윤형배(북일고), 넥센 조상우(대전고), kt 유희운(북일고), kt 주권(청주고) 등 우수한 선수들이 한화 유니폼을 입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한화의 불운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래된 얘기지만 2007년 실시한 ‘해외파 특별지명’에서도 얻은 게 없다. 송승준(롯데), 류제국(LG), 채태인(삼성), 최희섭(KIA) 등 7명이 대상자였는데 추첨에서 마지막 순번을 뽑는 바람에 8개 팀 중 유일하게 해외파를 뽑지 못했다.

▷당장의 전력에 도움이 되지는 못해도 가능성 있는 유망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크게 활용할 수 있다. 꼴찌를 하고도 제대로 전력을 보강하지 못한 한화로서는 속이 쓰릴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계속된 부진에도 한화 팬들이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15일 현재 한화의 안방 경기 평균 관객은 7812명으로 지난해 같은 경기 수의 6909명보다 13%나 늘었다. 지난해보다 훨씬 커진 새 구장을 사용하고 있는 KIA를 빼곤 관객 증가율 1위다. 고급 좌석을 늘린 덕분에 수입은 43%나 늘었다. 못한다고 비난하거나 욕하지 않고 꾸준하게 응원하는 한화 팬들을 다른 구단 팬들은 ‘부처님’ ‘보살님’이라고 부른다. 그런 한화 팬들이 꼴찌 탈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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